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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명예시민 된 청계천 빈민운동가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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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명예시민 된 청계천 빈민운동가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씨

입력
2013.10.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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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한 명의 노인으로서 사과 드립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봉사활동과 빈민구호활동으로 이미 '노무라 할아버지'로 알려진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ㆍ82)씨는 28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3 서울시 명예시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일제시대 이후 한국이 겪은 참상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일본 교토 출생의 노무라씨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45년 전. 1968년 한국 기독교 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 그는 미국 유학생 신분이었다. 유학 중 인종 차별을 느끼며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정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그에게 한국인들의 비참한 삶을 직접 목도한 것은 일본의 식민지 만행을 다시금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

"어릴 때부터 교토에 살고 있던 조선인이 차별 당하고 멸시 당하는 것을 볼 때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꼈고 그분들께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 일본에도 평범하지만 착하고 올바른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그렇게 해서 노무라씨의 한국 빈민구호 활동이 시작됐다.

이후 노무라씨는 특히 청계천 빈민들의 처참한 삶에 충격 받고 85년까지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하며 고 제정구 의원, 정일우 신부를 도와 빈민 구제활동을 벌였다. 그는 "당시 일본인에게는 단기간 비자만 발급돼 오래 머물 수 없었다"며 "빈민구제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느라 미국, 독일 등을 다니며 모금활동을 했다"고 기억했다.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노무라씨는 7,80년대 매주 한국으로 지원금을 보내기 위해 부모님이 물려준 도쿄의 집도 팔아야 했다.

빈민 구제활동으로 한국 사랑을 키워 온 노무라씨는 이제 위안부 등 민감한 역사 문제에 있어서의 한국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욱 깊게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일본에서는 장애물과 부닥치기도 했다. 올해 2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봉선화'와 '우리의 소원' 등을 플루트로 연주하며 위안부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장면이 언론에 소개되자 우익 성향의 일본인들로부터 욕설이 담긴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그의 한 지인은 "직접 산골 집까지 찾아와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노무라씨의 순수한 행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돼 괴로움을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무라씨는 이날 "한국과의 인연을 통해 인생의 의미나 삶의 기쁨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서울시 명예시민상을 받는 것을 계기로 더욱 이 나라의 여러분을 사랑할 것이고,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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