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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29일] 배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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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29일] 배려석

입력
2013.10.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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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탔다가 출입문 앞 전광판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배가 부르지 않은 초기 임산부도 노약자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쓴웃음이 나왔다. 대강 뜻을 알 만 했다. 노약자석에 앉아 졸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거나 옷을 잡아채는 어르신들을 가끔 본다. 굳이 저렇게 막무가내일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픈 사람의 얼굴이 늘 병색으로 완연한 것도 아니고 임신 3, 4개월이면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데 말이다. 배가 부르지 않은 운운하는 수식어가 전광판 문구에 들어간 것은 이런 경우들 때문이리라. 한편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석 때문에 생기는 다른 부작용도 눈에 띈다. 일반석에 앉아 있다가도 노약자석이 비면 얼른 그쪽으로 옮겨가는 분들이 있다. 일반석에 자리가 났는데 앉아도 될지 말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분들도 간혹 있다. 노약자석으로 구분된 자리를 '노인네들은 이쪽에만 앉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듯 말이다. 노약자석이 만들어진 근본취지는 '배려'일 것이다. 나의 몸이 타인의 몸을, 또 타인의 몸이 나의 몸을 염려하고 돌보는 마음. 그 뜻이 곡해되어 누군가에게는 '특권'으로, 누군가에게는 '제한'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안타깝다. 제도에는 부작용이 끼어들기 마련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런 체념의 한편으로, '노약자석'을 대신하는 '배려석'이라는 용어가 어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스친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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