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생들 주도로 시장 만능주의를 배격하고 새로운 경제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이 학생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대 경제학부 학생들은 시장 만능주의를 배격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추구하기 위해 커리큘럼 개혁을 선언한 뒤 일종의 모임인 '와해 이후 경제학회(post-crash economics society)'를 결성했다. 이들은 기존 커리큘럼이 경제학자가 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경고하는 데 실패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월가나 시티(런던 금융시장)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내달 맨체스터대부터 커리큘럼을 바꾸도록 하는 기본 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다른 대학이나 학회도 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경제학회의 목표다. 조 얼 학회 대변인은 "케인스와 마르크스의 시장 비판론도 기존 커리큘럼에서 도외시 되고 있어 경제학 공부가 절름발이를 면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도 "경제학 교습이 수치 모델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경제학도들이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또 그것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고 실제 금융 세계에 대응하는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경제학 커리큘럼의 개선을 요구했다.
세계 석학들도 전부터 이런 흐름에 대체로 동의해 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9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미국 경제학 교육이 안이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학자들이 무리를 지어 그럴듯해 보이는 수치 모델에 집착하는 등 진실은 외면한 채 타락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센 소장도 "경제학계가 주류 이론에 반한다는 이유로 경험적 증거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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