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교사들이 최빈국 캄보디아에서 교육으로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91㎞떨어진 깜뽕츠낭시 스레쁘린 마을에서는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주민들이 꿈에 그리던 학교 건립을 시작하면서 건립비용을 지원한 한국인들을 초대한 것이다.
먼 나라 오지에 배움의 터를 선물한 이들은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지역의 전ㆍ현직 교원들로 꾸린 '캄보디아학교세우기모임(대표 노장권ㆍ50ㆍ천안청수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려 나선 이들은 지난 5월 현지를 방문해 부지를 물색한 뒤 설립 인가와 설계를 거쳐 이날 공사의 첫 삽을 떴다. 건립 비용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고, 안전행정부의 지원금(7,300만원)도 큰 보탬이 됐다. 지난해 11월 외교통상부 인가 NGO(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이 모임은 올해 안전행정부가 주관한 NGO 공익사업의 국제협력 분야에 응모해 지난 4월 자금을 배정받았다.
'깜뽕츠낭 쌀라님업(깜뽕츠낭 꿈의학교)'이라 이름지은 학교는 우선 유치원과 초등학교 1,2,3학년생 450명을 뽑아 내년 10월 1일 개교할 예정이다. 이어 운동장을 확보하고 건물을 증축해 연차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ㆍ고교까지 교육과정을 확대할 참이다. 현지 주민들의 문맹률이 낮은 만큼 학부모와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문맹퇴치 사업과 직업훈련교육도 병행키로 했다.
초대 교장은 40여년 동안 교사로 봉직하다 지난 2월 은퇴한 김영근(63ㆍ전 청주분평초 교장)씨가 맡기로 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다음달 2일 캄보디아로 출국, 현지에서 생활하며 교직원 채용 등 개교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김씨 부부는 현지 주민들에게 직업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건축기술ㆍ미장ㆍ설비ㆍ미용 등 직업기술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김씨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제 2의 교육봉사를 펴고 싶던 소망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캄보디아에 한국인의 교육 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이 모임이 결성된 것은 2007년.
당시 방학을 맞아 제자와 함께 캄보디아에 교육봉사를 다녀온 노장권 교사가 주위에 캄보디아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알리면서 뜻있는 교사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캄보디아 학생에게 모임 회원이 학비를 지원하는 1:1 결연으로 봉사가 시작됐다. 그러다 모임 회원이 늘고 기금이 쌓이면서 아예 학교를 세워주자고 마음을 모았다.
10여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이제 130여명으로 늘었고, 교사 뿐만 아니라 회사원 전문직 등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가입도 서서히 늘고 있다.
이 모임 노장권 대표는 "과거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아 문맹과 가난을 이겨 낸 것처럼 이젠 우리가 그 고마움을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낙후지역에 대한 교육사랑 나눔은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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