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안조영이 우변 흑돌을 공격하면서 중앙에 크게 집모양을 만들었다. 이대로 다 백집이 된다면 흑의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동훈이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중앙 삭감을 시작했다. 조금 깊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 정도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백의 입장에서도 3 때 고분고분 A로 받아줄 수는 없다. 안조영이 일단 4, 5를 교환한 다음, 6, 8로 시간 연장책을 겸한 선수끝내기를 하면서 한참 동안 궁리하더니 마침내 멋진 반격수단을 찾아냈다.
10, 12가 좋은 수다. 흑의 응수가 어렵다. 무심코 1로 받는 건 2가 놓이는 순간 A와 B가 맞보기가 돼 큰일 난다. 이동훈이 궁여지책으로 13으로 응수했지만 안조영이 14부터 28까지 멋진 수순으로 중앙을 완벽하게 집으로 굳혀서 백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이후 50여수 정도 끝내기가 더 진행됐지만 전혀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이동훈이 마침내 돌을 거뒀다. 214수 끝, 백 불계승.
안조영은 7단 시절인 2002년 33기 명인전과 36기 패왕전에서 잇달아 준우승, 그 해 연말에 바둑대상 감투상을 수상했다. 이후 명인전과는 별 인연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본선 무대에 돌아 왔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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