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검찰 조직을 하루 속히 추스르고 검찰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역시 "참 어려운 시기에 잘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진태 호(號)'의 앞날을 가늠할 첫 시험대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재판 대응)다. 국정원 사건은 최근 불거진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 간 갈등뿐 아니라 '혼외아들' 의혹에 휘말린 채동욱 전 총장의 사퇴 파문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추가 수사와 치밀한 공소유지는 결국 김 후보자가 정권의 외압을 견디고 얼마나 수사팀을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휘부의 의사에 반해 지난 1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트위터를 통한 대선개입 혐의를 추가(공소장 변경 신청)한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수사팀은 이 같은 의견서를 28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며, 검찰 수뇌부도 철회 시 닥칠 심각한 후폭풍을 우려해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검찰이 국정원 사건 수사 확대나 공소 유지에 적극 나섰다고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검이 지휘부와 갈등을 빚다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후임으로 이정회(47ㆍ사법연수원 23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을 임명하면서 수사 의지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특수통에서 공안통으로 팀장이 바뀐 데 대해 야권에서는 "수사 통제를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정진우(41ㆍ연수원 29기) 수원지검 부부장을 충원하는 등 오히려 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하기까지 시일이 걸리지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인 그가 취임 전에도 실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주로 맡아 온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수사를 흐지부지 끝낼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지만, 결국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가 1~2주 전 총장 내정을 확약받으면서 청와대에 모종의 서약을 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국정원 수사는 최소한의 공소유지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팀장이 이끌었던 수사팀은 국정원 사건의 경찰 수사 축소ㆍ은폐 과정에 새누리당과 국정원 고위층이 관련된 정황을 통화내역 등을 통해서 확인했지만, 국정원 등의 비협조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아무리 깐깐한 원칙주의자라고 해도 현 정권에서 국정원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공소유지라도 충실히 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밖에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효성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의혹 수사,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수사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며, 채 전 총장의 낙마로 중단된 검찰개혁 작업도 이어가야 한다. 채 전 총장은 외부인사 중심의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검찰 독립성 확보,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대상 확대 등 방안을 검토해왔다. 또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내부의 신뢰를 잃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 검사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 등 조직안정 방안도 김 후보자가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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