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30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 모든 정치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재보선에 대한 관심 자체가 묻히는 듯한 양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25~26일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5.4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재보선(6.93%)보다 1.4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더구나 정치 거물인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의 출마로 관심을 끌었던 화성갑은 5.3%로 포항남ㆍ울릉보다 더 저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저조한 사전 투표율로 나타났다면 전체 재보선 투표율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온통 중앙 정치 무대의 대형 이슈로 쏠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져 가면서 선거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투표율이 낮아지면 통상 야당에 불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 의혹이 이슈화하면서 정권 심판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했던 민주당은 "선거 분위기가 영 뜨질 않는다"고 걱정했다. 중앙당과 현지 선대위가 자체 여론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저 쪽에 물어보라"며 서로 떠넘길 정도다.
반면 새누리당은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댓글 사건'이 껄끄러운 소재이긴 하지만 경기 화성갑에서 '혹시나' 하는 이변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해 안심하는 모습이다. 지역 특성상 댓글 사건의 여파가 태풍으로 몰아치지 않는 한 서청원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선거는 5%포인트 안팎에서 결정되지만 이번 화성갑 선거는 꾸준히 15~20%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 재보선 현장으로 총출동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화성을 찾아 '큰 인물론'을 내세웠고, 초선의원 15명도 팀을 나눠 지역 곳곳을 누볐다. 민주당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한길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 등이 화성을 찾아 오일용 후보를 지원했고, 김 대표의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도 힘을 보탰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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