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진태(61ㆍ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주로 맡아 온 검찰 내 정통 '특수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검사 비리와 검란(檢亂) 사태 등으로 검찰이 위기에 빠졌을 때 총장 권한대행을 맡아 조직을 추스르기도 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김 후보자의 통솔로 검찰이 비교적 단기간에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후배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다고 알려진 그의 지휘 스타일에 대해서는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과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경남 사천 출신의 김 후보자는 진주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로 임관해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법정1담당관과 중수2과장, 대검 형사부장, 대구지검장, 대전고검장, 서울고검장, 대검 차장 등을 지냈다.
일선 검사 시절부터 수사, 기획 등 업무에 두루 탁월하다는 평을 들어 후배들의 신망이 높고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 수사 경험이 많다.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엄삼탁 전 병무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로 노련한 수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시절 임창열 전 경기지사 비리 의혹을 수사했고, 대검 중수2과장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를 조사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평검사 시절부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김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이었던 91년 장관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한 검찰 간부는 "당시 김기춘 장관이 '모든 국무회의 보고서는 김진태를 거쳐 가져오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김 후보자의 상황 판단 및 보고서 작성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총장은 진작 내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청와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채동욱(54) 전 검찰총장과 연수원 같은 기수로, 전임 총장의 동기가 신임 총장에 내정되며 기수가 수평 이동한 것은 처음이다. 보통 동기가 총장이 되면 같은 기수의 검찰 간부들이 퇴진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러한 현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고, 황교안(56ㆍ연수원 13기) 법무부 장관보다는 다섯 살이 많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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