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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땐 가솔린 차와 차이 못 느껴… 충전은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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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땐 가솔린 차와 차이 못 느껴… 충전은 고역

입력
2013.10.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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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친환경자동차 시대. 많은 연료비와 배출가스를 수반하는 지금의 가솔린차는 언젠간 역사 뒤로 사라질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다양한 친환경차량 가운데 선두주자는 역시 전기차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과연 전기차는 '대세'가 될 수 있을 까. 국내 언론으론 처음으로 서울 시내에서 2박3일 동안 전기차를 타고 생활해봤다. 차량은 28일부터 본격 출시되는 한국지엠의 '스파크EV'였다.

전기차인 터라 '시동을 건다'보다는 '전원을 켠다'가 정확했다. 엔진소리도 '부릉~'이 아니라 '윙~'이었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계기판에는 주행가능거리가 135㎞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차를 인도받은 광화문에서 집(동대문구 장안동)까지 거리는 약 10㎞. 길지 않은 구간이었지만 처음 몰아보는 터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몰아보니 전기차인지, 가솔린차인지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주행감은 편안했고, 웬만한 차들은 쉽게 추월할 만큼 가속력도 좋았다. 코너링도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이튿날 취재차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계기판에 표시된 배터리 양은 줄어들었고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깔아둔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앱을 통해 가장 가까운 급속충전소를 찾았다. 서린동 SK본사 빌딩이 가장 가까웠다.

전국의 급속충전기는 지난달 말 현재 117개. 서울이 29개로 가장 많고 제주에 22개가 있다. 만약 시내가 아니라 충전소가 없는 외곽이었다면 꼼짝없이 견인차를 불렀어야 했을지 모른다.

물론 민간이 설치한 완속 충전기까지 더하면 서울엔 488개의 충전소가 있다. 하지만 완전충전까지 30분~1시간이 걸리는 급속충전과 달리, 완속충전은 무려 6~8시간이 걸린다. 용무 중엔 도저히 활용할 수 없는 셈이다.

충전 중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충전방식이 맞지 않았다. 한국GM의 스파크는 직류(DC)콤보 방식인데, 이곳 충전기는 현대ㆍ기아차가 채택하고 있는 DC차데모 방식이어서 완속충전만 가능했다.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현재 ▦GM,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미국과 유럽 전기차는 콤보 방식을 ▦한국ㆍ일본업체들이 차데모 방식을 주로 적용하고 있는데, 통일이든 호환이든 절실해 보였다.

전기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한번 '밟아' 보고 싶어졌다. 다음날 한산한 서울 외곽의 자동차전용도로로 나가봤다. 페달을 밟으니 순식간에 시속 110㎞까지 가속이 붙었다. 고속도로 주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전이 또 한번 귀찮게 했다. 인근 백화점주차장으로 들어가 쇼핑이나 하면서 배터리를 채울 요량으로 기본 지급되는 휴대용 충전기를 주차장 벽 콘센트(220V)에 꽂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공급전류량이 낮은 콘센트였던 것이다. 결국 인근 공공주차장으로 옮겨 충전해야 했다. 비상시 휴대용 충전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와 2박3일의 짧은 만남을 끝냈다. 성능만 따지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내 주행용도의 '세컨드카'로는 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보편화를 위해선 기술적으론 135㎞로 묶인 짧은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충전문제 해결이 절실했다. 정부도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각종 정책과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주유소 없이 자동차만 늘리는 것'이나 다를 게 없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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