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탄생 120주년, 마오쩌둥의 고향을 가다] <상> 성지가 된 마오쩌둥 생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탄생 120주년, 마오쩌둥의 고향을 가다] <상> 성지가 된 마오쩌둥 생가

입력
2013.10.27 12:03
0 0

올해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이 태어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의 고향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는 마오 전 주석을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중국인들은 마오 전 주석에게 문화대혁명의 과오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가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불고 있는 마오쩌둥 열풍의 현장을 찾아 추모 현상의 실체와 배경 등을 살폈다.

26일 중국 중남부 후난(湖南)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남서쪽으로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사오산(韶山)의 톨게이트. 붉은 바탕 위에 황색 글씨로 쓴 '마오쩌둥 동지의 탄신 120주년을 성대하고 장중하게 기리자'는 대형 간판이 환영 인사를 건넸다. 휴일을 맞아 마오 전 주석의 고향을 찾은 차량들로 길이 밀리면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톨게이트를 지날 수 있었다.

10여분을 더 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0시. 그러나 그 시각에도 빈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마오 전 주석의 생가로 가는 길도 인산인해였다. 갓난 아기와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교 단체 관람객도 많았다. 마오 전 주석의 생가 앞에는 한 줄에 4명씩 서있는데도 관람객의 행렬이 100여m나 늘어져 있었다. 1시간 이상 기다린 뒤에야 마오 전 주석의 생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생가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고 앞에는 계곡 물을 가둬 만든 아담한 연못이 있었다. 디귿자 모양의 북향 토담 기와집은 규모가 18칸이나 됐다. 마오 전 주석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근처 서당에서 한문학과 서예를 배웠다.

생가를 둘러본 뒤 자연스레 마오쩌둥 광장으로 향했다. 10만㎡도 넘는 넓은 광장에도 관광객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신중국 건국일인 10월 1일을 기념해 10.1m 높이로 세운 마오쩌둥 동상 앞에서 허리를 숙인 채 참배하고 꽃다발을 헌화하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2011년 3월 부주석 시절 이곳에서 헌화한 뒤 "중국공산당의 귀중한 자산인 혁명의 전통을 이어받아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광장 옆엔 사오산마오쩌둥동지기념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2년여 동안 증축 공사를 한 뒤 6월 현대식 건물로 새롭게 문을 연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자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爲人民服務)'는 마오 전 주석 글씨로 제작한 초대형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민이 실제 만족하는지 아닌지가 당이 하는 모든 일의 잣대가 된다는 이 말은 마오 전 주석이 주창한 구호다. 기념관 안에는 그가 나라 살림을 걱정해 바꾸지 못하고 몇번씩 기워 입었다는 누더기 잠옷을 비롯해 일생과 저작물, 동생들의 혁명 업적 등이 전시돼 있었다.

마오 전 주석의 탄생 120주년은 12월 26일이다. 그러나 날 좋은 때 미리 사오산을 찾은 관광객이 이날 10만명에 가까웠다. 이들에게 마오 전 주석은 문화대혁명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지도자이자 숭배하는 신이었다. 46개국 주중 외교관 및 기자들과 함께 사오산을 찾은 싱쥔(邢軍) 주중외교사절중국재예(才藝)대회조직위원회 비서장은 "마오 전 주석의 목소리를 듣고 마오 전 주석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됐다"며 "그는 늘 함께하는 가족이자 은인"이라고 말했다. 국영 CCTV의 한 기자는 "어떤 지도자라도 잘못이 있게 마련"이라며 "문화대혁명도 과오가 아니라 역사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오 전 주석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중국은 다시 떠오른 붉은 태양(紅太陽ㆍ마오 전 주석에 대한 경칭)에 대한 성지 순례 행렬로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