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황창현 서울중앙지법원장과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을 각각 감사원장과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일요일인 어제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추천절차를 거치는 검찰총장 내정자를 제외하고 사전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을 후보자로 발탁한 '깜짝 인사' 스타일이 더욱 굳어졌다. 정ㆍ관계와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는 것이 오히려 배제 사유가 되는 특이 상황이 앞으로도 거듭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박 대통령 특유의 이런 인사 스타일은 그렇다고 치자. 되도록 전문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대통령의 의욕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질 만하다.
다만 이번 인사를 두고 놀라움과 동시에 터져 나온 우려의 목소리는 가벼이 여기기 어렵다. 감사원장 후보에 현직 판사를 발탁, 사법부의 독립성 측면에서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또 문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원 출신 각료가 6명으로 늘어난다는 점도 왠지 찜찜하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로 그 동안의 조각조각 인사를 통해 누적된 특정지역 집중 경향이 한결 뚜렷해졌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대탕평 인사'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의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황 감사원장 후보와 김 검찰총장 내정자는 각각 경남 마산, 사천 출신이다. 두 사람이 청문회 관문을 통과하면 국가 중심 요직이 부산ㆍ경남(PK) 출신으로 채워진다. 정홍원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기관장은 물론이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PK출신이다. 강창희 국회의장(대전),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서울)만이 예외이다.
8월의 비서진 개편으로 청와대가 거의 영남 일색이 된 것을 포함, 이러고서 어떻게 대탕평을 운위할 수 있을까. 영남 편중 인사는 필연적으로 호남 홀대로 귀결된다. 호남 출신인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낙마가 석연찮은 마당이고 보면, 더더욱 최소한 그 후임은 지역을 배려해 인선하는 것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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