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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28일]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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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28일]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입력
2013.10.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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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은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능란한 세일즈맨에겐 하다못해 홍수에 푹 잠겼던 중고차조차도 '경미한 충돌 한 번 없는 신차나 마찬가지'로 둔갑하기 일쑤다. 그런 기만은 시시각각 가격이 부동(浮動)하는 금융상품 거래에서 더욱 판을 친다. 월스트리트 채권시장을 묘사한 문헌에는 단지 세치 혀만으로 쓰레기를 최우량 채권으로 포장해 팔아 치우는 브로커 얘기가 숱하게 나온다.

▲ 문제는 능란한 협잡꾼일수록 좀처럼 꼬리를 밟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설적 유대계 금융가 네이선 로스차일드(1777~1836)도 그랬다. 그는 사설 정보망을 통해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남보다 하루 가까이 먼저 알고도 런던 증권거래소에는 전황을 반대로 퍼뜨려 큰 돈을 벌었다. (쑹홍빙 지음)에 묘사된 그 때의 정황을 보면, 투자자들이 초조하게 전황을 기다리던 거래소에 나타난 로스차일드가 한 일이라곤 무표정하게 있다가 측근 거래인들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진 것뿐이었다.

▲ 로스차일드의 거래인들이 묵묵히 영국 국채를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투자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웰링턴이 졌다!"고 외쳤고, 거래소 전체가 패닉에 빠져 투매로 내달렸다. 로스차일드가 작전대로 휴지조각이 된 국채를 헐값에 긁어 모아 큰 차익을 누렸음을 말할 나위도 없지만, 손해를 본 투자자 누구도 그에게 배상을 요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교묘한 술수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 JP모건은 2008년 금융위기 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판매하면서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을 부풀려 가격을 높여 판(mis-sold) 대가로 130억 달러의 벌금 외에, 투자자들에게 60억 달러 가까이 물어주게 됐다는 소식이다.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영국 헤지펀드 SAC 캐피탈이 10억 달러의 벌금 협상을 벌인다는 얘기도 있다. 국내 동양증권에도 계열사 채권 판매가 사기라며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손배소가 잇따르고 있으니,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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