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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0월 28일] 시중쉰 100주년과 박정희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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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0월 28일] 시중쉰 100주년과 박정희 100주년

입력
2013.10.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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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CCTV가 최근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CCTV 종합채널에서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부터 2시간씩 3일 연속으로 6부작을 방영했다.

방송뿐 아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선 시중쉰 띄우기가 시끌벅적 이어졌다. 수도 베이징(北京)은 물론 고향 산시(陝西)성과 혁명 활동을 한 간쑤(甘肅)성, 개혁개방 정책을 편 광둥(廣東)성이 모두 그를 기리는 좌담회를 경쟁하듯 개최했다. 시 전 부총리의 전기와 화보집, 연설문은 물론 우표까지 발행됐다.

신중국의 부총리는 많을 때는 23명에 달했고 지금도 4명이나 있다. 역대 부총리를 모두 합치면 70명도 넘는다. 그럼에도 시 전 부총리를 기리는 행사가 유독 성대한 것은 무엇보다 그가 현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 주석의 태도다. 그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좌담회에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망라하는 인사들을 불러 대화합을 모색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은 물론 마오 전 주석의 정적 류샤오치(劉少奇) 전 주석과 덩샤오핑(鄧小平), 민주화 및 정치 개혁의 상징인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자제들이 이날 얼굴을 맞댔다.

사실 시 주석 집안 입장에서 보면 마오쩌둥은 원수에 가깝다.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시 전 부총리에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워 사실상 14년의 옥살이를 시킨 게 바로 마오쩌둥이다. 이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시 주석도 옌안(延安)으로 쫓겨가 동굴에서 지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오히려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오쩌둥 가족마저 감싸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시 주석의 의도는 방송에도 충실하게 반영됐다. CCTV는 시 전 부총리가 국민당에 쫓겨 위기에 처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을 도와 결국 신중국 성립에 결정적 공헌을 한 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속으론 밉지만 전임 마오쩌둥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자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경계했다. CCTV는 시 전 부총리가 마오 전 주석과 반대편에 섰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개혁 대외개방 정책을 누구보다 앞장서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CCTV는 나아가 퇴임 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까지 특별 출연시켜, 시 전 부총리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를 적극 지지했던 사실까지 공식 확인했다. 후 전 총서기의 사망이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그 동안 금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좌우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며 시 주석은 한 정파가 아니라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 우뚝 서고 있다. 제 식구만 챙기고 그 외는 모두 적으로 상정해 상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는 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시 주석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는 곧잘 웃는 얼굴이다.

시 주석의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숙제를 던졌다. 2017년 11월 14일이 되면 박 대통령도 시 주석처럼 임기 중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공도 크나 과도 많은 박정희 전 대통령 100주년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가늠키 어렵다. 다만 화합의 한마당으로 승화시키려 한 중국의 지혜는 참고할 만 하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이 좀 더 포용력을 발휘, 상대방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승자의 덕이고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처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의 출생 100주년은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키울 공산이 크다. 더구나 4년 후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 때가 아닌가. 시중쉰 100주년과 박정희 100주년을 역사가 어떻게 비교할지 궁금하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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