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실명제법을 위반해도 과태료가 100만원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7일 "현재 실명제법 위반 과태료 상한선이 500만원인데, 실제로는 너무 낮게 부과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과태료 부과 강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실명제법 위반 과태료 건당 부과액은 ▦2008년 평균 274만원 ▦2009년 139만원 ▦2010년 108만원 ▦2011년 139만원 ▦2012년 166만원 ▦올해 상반기 201만원으로 평균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2008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실명제 위반 1,850건에 부과된 과태료는 총 29억3,500만원으로 건당 평균 159만원에 불과하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금융사의 위반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은행이 실명제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건수는 2010년 7건에서 2011년(38건), 2012년(204건)으로 급증했다. 증권사 실명제법 위반 건수도 2010년 3건에서 2011년(4건), 2012년(40건)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업종별로 실명제법 위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우리은행(53건)과 한화증권(21건) 등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개선되지 않으면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통로 등으로 악용되는 차명계좌 개설ㆍ거래 금지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법은 본인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해 금융 거래를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사실상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를 인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차명계좌를 이용한 불법 거래가 문제시되는 만큼 관리ㆍ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실명거래 규율 관련 허술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도 잇따라 실명제법 강화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최근 현재 금융기관에만 부여하는 실명거래 의무를 '모든 금융거래자'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차명거래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이 포함된 개정안을 내놨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도 차명계좌 거래에 대한 과징금을 자산가액의 최대 30%까지 매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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