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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28일] 다가오는 금융쓰나미에 대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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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28일] 다가오는 금융쓰나미에 대비하려면

입력
2013.10.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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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이긴 하지만 어려움이 깊어질수록 평소에도 취하기 어려운 근본 차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기존 정책수단의 한계는 이미 2005년의 글로벌 불균형문제가 불거지면서 나타났다. 고용 없는 성장이나 중산층 함정, 양극화 심화는 달러위주로 운영된 소위 브레튼우즈 II체제의 한계이다. 각국이 당면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부심하고 있으나 성공여부는 국제금융체제의 개선여부에 달려있다. 글로벌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태생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어려운 선택을 외면하기 어렵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대책 양산으로 대응할수록 점차 심각한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소위 민스키모멘트(Minsky moment)는 장기간의 호황을 배경으로 대규모 차입투자를 감행한 투자자들의 현금문제가 야기되면서 자산가치 급락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뜻한다. 아시아와 같이 부동산 위주의 투자에 집중한 경우 포트폴리오 동시조정 부담은 보다 가파른 시장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장 유동성은 증발하고 정부개입 없이는 시스템 붕괴위험마저 높아질 수 있다. 성장탄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부의 증식구도가 이상 징후를 보이는 상황은 이미 글로벌 유동성 공급과 자산운용의 양대 축에 상당한 이상이 감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당장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지탱하고 있으나 마냥 이러한 지지장치에 의존할 수는 없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핵심인 재무성증권은 부채상한 한도로 인해 무한정 공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만간 지지장치를 거두거나 안전성이 의심되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계속 사들여야 하며 그럴 경우 금리급등과 유동성 경색은 불가피하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에 의존하여 위험관리를 해온 그간의 노력이 기초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분명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연관된 유동성 경색과 금리상승은 그동안 익숙해졌던 위험관리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거듭된 위기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며 은퇴 후를 대비해야 하는 근로·취약계층의 불안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계층간 갈등은 물론 미래준비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 이도 저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지만 자기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헛수고에 불과하다.

현재의 문제는 과적상태의 운행과 유사하다. 몸집이 급격히 커졌는데 심장역할은 71년 출시된 브레턴우즈 II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다 생긴 문제다. 글로벌 유동성공급 체제에 심각한 문제는 자체적으로도 불안한 달러시스템에 더욱 의존하게 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미국은 적자확대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찍어냈고 환율안정이 중요한 한·중·일은 현재 5조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싼값에 적자를 메웠고 아시아로서는 개발초기의 성장통을 비껴나가는 윈-윈 전략이었다. 이제 파열음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쌍둥이 분리수술보다 어려운 시스템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향후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도전을 극복하려면 금융시스템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총체적 보완노력이 절실하다. 성장잠재력을 지킬 수 있는 새롭고 안전한 금융자산의 공급을 통해 보유자산의 기초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조기에 구체화해야 한다. 커져만 가는 안전자산 수급의 갭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의 자산공급 능력이 조기에 가시화되어야 한다. 각자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키워서 역내자산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유로사태는 정치적 통합 없는 통화통합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 실무적 차원의 이중적인 접근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이미 발행된 채권을 통합지수로 다시 묶어서 통용시키는 것과 병행하여 역내기구 설립을 통해 외환보유고를 공동 운영하면서 아시아의 안전 자산을 발행·유통시키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일종의 CDO형태로 채권을 재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MBS보다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고 준비자산의 역할도 가능하다. 후자의 노력을 통해 안정적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야 우리의 노후설계나 준비도 가능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결코 현명한 미래준비가 아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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