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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격 첫승… 끝판왕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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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격 첫승… 끝판왕은 살아있다

입력
2013.10.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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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에 찍힌 구속(球速)은 시속 145㎞였다. 27일 잠실구장 3루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이 들썩거렸다. 1루석에 모인 두산 팬들도 탄성을 쏟아냈다. 그런데 직구가 아니었다. 타자 몸쪽으로 빠르게 들어오던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예리하게 휘었다. 평균 투수의 직구 보다 빨랐던 이 공의 정체는 슬라이더. 일각에서는 컷패스트볼(커터)로 보기도 한다.

'끝판왕' 오승환(31ㆍ삼성)이 명예를 회복 하는 데는 1이닝이면 충분했다. 오승환은 이날 잠실에서 열린 2013 한국시리즈(KSㆍ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3-2로 앞선 9회말 등판, 1이닝을 무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올 KS 첫 세이브, 자신이 갖고 있는 KS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2005년 1개, 2006년 2개, 2011년 3개, 2012년 2개, 2013년 1개)을 9개로 늘렸다. 아울러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통산 세이브 기록도 11개로 갈아치우며 구대성(전 한화ㆍ10개)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삼성은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오승환의 철벽 마무리를 앞세워 반격에 성공했다. 홈에서 1, 2차전을 내리 뺏겨 여전히 KS 최종 승자가 될 확률은 낮지만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역대 KS에서 1, 2차전 승리 팀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16번 중 15차례(93.8%)다.

삼성과 두산은 28일 오후 6시 잠실에서 KS 4차전을 벌인다. 삼성은 배영수, 두산은 이재우를 선발로 예고했다.

오승환은 지난 25일 열린 KS 2차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1이던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2타자를 상대로 4이닝 무안타 8삼진의 퍼펙트 피칭을 펼치다가 13번째 타자 왼손 오재일에게 통한의 결승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50개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53번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3차전에선 달랐다. 리그 최고 소방수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9회말 선두 타자 4번 최준석은 풀카운트에서 2루수 땅볼, 5번 홍성흔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로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6번 양의지 역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오승환은 17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는 시속 150㎞를 가볍게 넘겼고, 슬라이더는 최고 145㎞까지 나왔다.

허삼영 삼성 전력분석 과장은 "(오)승환이의 슬라이더는 직구라고 보면 된다. 다른 투수들 보다 5㎞ 정도 빠르다"며 "지난해부터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2차전에서 많이 던졌지만)오늘 당연히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연투가 아니라 하루 쉬었기 때문에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2차전 패전으로 실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오늘은 이 부분에 특히 주의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벤치의 실수가 아쉬웠다. 0-0이던 4회초. 두산은 정명원 투수 코치와 강성우 배터리 코치가 각각 한 차례씩 마운드에 올라가고 말았다. 야구 규칙 8조6항에 따르면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물러나야 한다. 투수가 부상 당한 상황이 아니라면, 교체 할 의사가 없는 이상 올라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두산은 유희관이 4회 선두 타자 3번 박석민에게 2루타를 맞은 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8번 이지영의 좌월 희생플라이가 나온 뒤 정명원 코치와 강성우 코치가 각각 유희관에게 다가갔다.

정 코치는 "투수를 진정시키기 위한 일반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강 코치도 김진욱 감독이 "블로킹이 먼저 아니냐"고 주심에게 항의를 하는 동안, 포수 최재훈-투수 유희관을 진정시키면서 대화를 했다. 그러다가 파울 라인을 넘어 마운드 부근까지 걸어가게 됐고,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 된 행동'이라고 인정받았다. 그렇게 두산은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게 내줬고 7회초까지 끌려갔다.

삼성은 0-0이던 4회 1사 만루에서 상대 유격수 손시헌의 송구 실책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선 8번 이지영이 희생 플라이를 날렸다. 삼성은 7회에도 상대 2루수 오재원의 실책, 구원 홍상삼의 폭투를 묶어 1점을 더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두산은 7회말 5번 홍성흔의 솔로 홈런 등으로 2점을 따라붙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함태수 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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