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는 어떠한 불법선거도, 특히 국가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서 발표 다음날인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그가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어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김 의원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트위터 대선 개입 의혹을 모두 개인이나 개별 기관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과연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인가.
대선 당시 캠프의 SNS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윤정훈 목사의 트위터 계정과 국정원 직원 계정 10개가 서로 대선 관련 내용을 전송, 재전송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고, 군 사이버사령부 530단 요원도 윤 목사 글을 리트윗한 사실도 확인됐다. 3자의 공조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는 동안 선대위 본부장인 김 의원의 책임 있는 해명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더욱이 김 의원은 대선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으로부터 빼내 부산 유세에서 활용한 당사자로 지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기밀 문서로 분류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고발까지 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대화록 확보에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김 의원이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라면 민주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기관과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연계 여부는 검찰이나 군 검찰의 수사 중에 있거나 수사가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집권당의 차기 당권주자이자 친박계 핵심인 김 의원이 "그런 일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면 수사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지 않겠는가. "국민들의 의혹이 불식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솔직히 사족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김 의원은 성명서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불법이나 부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안 하는 후보였다"고 했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 책임자로서 숱한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든지 아니면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용히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강윤주 정치부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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