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5세대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쟁자로 주목받았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화대혁명 4인방(四人幇) 재판 이후 가장 큰 정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중국공산당과 권력 고위층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보시라이 사건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 고급인민법원은 25일 제22법정에서 열린 보 전 서기 상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상소를 기각했다. 중국은 2심제이기 때문에 이날 기각 결정으로 보 전 서기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산둥고법 대변인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증거가 충분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산둥성 지난(濟南) 중급인민법원은 앞서 지난달 22일 보 전 서기의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박탈, 개인재산 몰수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보 전 서기가 다롄(大連)시 서기 등을 지내면서 쉬밍(徐明) 다롄스더(實德)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2,044만위안(약 36억원)의 뇌물을 받고 공금 500만위안(약 9억원)을 횡령한 부분을 모두 유죄로 보았다. 또 2011년 11월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축소ㆍ은폐하기 위해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면직시킨 것도 직권남용으로 판결했다. 보 전 서기는 1심 선고 직후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재판"이라며 고함을 지르고 항의해 법원 경위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강제로 끌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소심 선고에서 보 전 서기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 전 서기는 중국 8대 혁명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지난해 초만해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아내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사실을 안 뒤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왕 전 국장과 갈등을 겪고 결국 왕 전 국장이 미국 영사관으로 도피한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8월 살인 혐의로 사형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왕 전 국장은 지난해 9월 모반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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