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는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워싱턴에서 만나 안보 핫라인을 구축하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두 사람이 회동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김장수 실장과 라이스 보좌관이 북핵, 전시작전권 전환 등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전작권 전환의 경우, 이달 초 한미안보협의회(SCM) 합의에 따라 2014년 상반기까지 전환 조건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강력한 억지력을 토대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대북 원칙을 확인했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되며 북한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입장도 다시 밝혔다. 원론적 수준의 의견 교환이지만, 흔들림 없는 안보 공조를 강조하고 최근 중국과 북한이 보이는 유화적 움직임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2기 정부의 두 안보 책임자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5월 한미정상회담 때 김 실장의 카운터 파트였던 톰 도닐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5월 라이스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에는 부족한 60분 동안 진행됐다. 만남 형식도 특정 사안을 토의하는 회담이 아니라 상견례를 겸해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면담으로 규정됐다. 이번 회동의 성과가 현안 조율보다 양국 최고 안보 책임자 소통 채널의 구축이란 데 방점이 찍히는 이유다. 기존에 핫라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현안을 안고 있는 만큼 양국은 새로운 핫라인을 통해 현안에 신속히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은 "김 실장과 라이스 보좌관이 필요할 때마다 전화 등으로 협의해 상호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25일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면담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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