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주부 바디(36)씨는 최근 재래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튀김가루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구매를 했고, 이걸로 만든 튀김요리를 먹어보곤 완전히 팬이 됐다. 평소 먹던 튀김보다 훨씬 바삭바삭했기 때문이다. '할랄'('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교도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이 붙어 있어 안심도 됐다. CJ제일제당이 현지 업체와 손잡고 만든 'CJ 핀나(FINNA)' 얘기다.
24일 자카르타 켐핀스키 호텔에선 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법인 개업식이 열렸다. 글로벌 생명보험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인 인도네시아 시장에 국내 생보사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앞서 베트남과 중국 시장에도 업계 최초로 진입했던 한화생명은 이를 계기로 동남아에서 '보험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까지 설계사 1,000여명을 모집하고, 5년 내에 전국 영업망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이다. 그만큼 내수기반이 탄탄하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6%대를 줄곧 유지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또 주석(매장량 세계 2위)과 니켈(5위) 구리(7위)는 물론, 석탄과 가스마저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다. 팜 오일(1위)과 고무(2위), 카카오(2위) 등 농업자원 또한 막대하다. 전체 인구의 68%에 달할 만큼 풍부한 노동가능 인구(15~64세), 주변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싼 인건비 등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현재 세계 16위인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가 2030년 7위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나라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의 인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2009년 주춤하긴 했으나, 2010년 외국인 투자는 전년 대비 49.9% 증가한 162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음해(194억7,500만달러ㆍ20% 상승)에도, 그 다음해(245억6,500만달러ㆍ26% 상승)에도 증가세는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투자액도 ▦2010년 3억2,900만달러 ▦2011년 12억1,900만달러 ▦2012년 19억5,000만달러 등으로 매년 치솟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2,100개에 달한다.
1980~90년대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이나 도자기ㆍ전자제품 공장 등 생산거점 활용에 치중했던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내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 5월 현지 3대 이동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엑셀 악시아타'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모바일 콘텐츠 장터인 T스토어와 위치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11번가 등을 활용, 온라인 서비스 전반을 공략할 계획이다.
유통ㆍ식품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 6월 자카르타 쇼핑 특화거리에는 롯데백화점의 복합쇼핑몰인 '롯데쇼핑 에비뉴'가 들어섰다. 주말 기준 방문 고객 수만 2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1973년 미원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했던 대상㈜도 현지어 브랜드인 '마마수카'로 마요네즈와 김, 유지류, 당면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인 결과 지난해 3,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물론 대기업의 초대형 프로젝트도 가동되고 있다. 포스코가 무려 30억달러를 투입해 건설 중인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올해 말 준공돼 내년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의 대형화, 재료ㆍ부품 산업의 더딘 발전 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프로젝트 공동 수주 등으로 동반 진출하는 것도 유망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환율 평가절하, 자원민족주의의 강화 등 최근 흐름들은 투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외국인 투자는 당초 목표치인 293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200억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자카르타 무역관에서 근무했던 윤여필 코트라 차장은 "최근 루피화 폭락에 따른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 물가와 금리 상승 가속화 등은 새로운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 땐 현지 브랜드 혼합, 현지법인 설립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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