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이나 아파트단지 내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2008년 1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의 모든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당수 시설들이 강제 폐쇄되거나 스스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검사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와 주택가 주변 놀이터 6만2,355곳 가운데 4만5,135곳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한 결과, 12.4%인 5,611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1만7,220곳을 감안하면 출입금지 놀이터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놀이터들은 굵은 줄이나 출입통제 띠가 둘러쳐진 채 오랫동안 흉물스런 상태로 남아 있다.
시설만 개선ㆍ보완하면 출입금지는 바로 해제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놀이터 시설 교체 및 수리에 적게는 2,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시설관리 주체 측에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개선을 마냥 미루거나 아예 철거에 나서고 있다. 사립학교 놀이터의 경우 재단 측에서 비용을 들여 시설을 보완하기 보다 철거를 택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고, 재정 상태가 열악한 국공립학교는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단지 내의 놀이터 등 민간 시설은 더욱 문제가 복잡하다. 주민들이 갹출해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체 입주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놀이터 시설 보완이 늦어지면서 폐쇄되거나 철거되는 곳이 늘어나다 보니 뛰어 놀 공간이 사라진 어린이들이 길가로 나오고 있어 또 다른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굳이 유엔 어린이권리선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모든 어린이들에게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건 어른들의 기초적인 책무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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