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도시 직거래 확산… 소비자는 30~50% 싸게 구입농민들은 시장보다 2배 이윤유통업계선 ICT인증 도입… 친환경 안전성 확인에 이용맞춤형 귀농 정보 제공하고 식물 공장·인터넷 판매 등 '도시 속 농촌'에도 활용
정보통신(ICT) 혁명은 현대인의 일상 생활에서 공간의 제약을 없애줬다. 한국 농업도 ICT와 융합되면, 반경 400㎞안에 모여 있는 우리나라 어느 도시와도 쉽게 연결 가능하다.
실제로 ICT 기술을 적용해 각종 농축산물을 도시 소비자와 연결해 직거래하는 성공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는데 전북 완주 농업법인 '완주로컬푸드'가 대표적이다. 이 법인은 완주군 용진면과 전주시 효자4동에 2개 직매장을 두고 있는데, ICT 기술을 통해 판로를 확장한 뒤 매출이 급상승했다.
각 85평 매장에는 완주 일대 농민이 생산한 신선 채소와 곡물 무말랭이 두부 콩나물 떡 쇠고기 돼지고기 등이 진열되어 있는데,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즉시 배달해준다. 주문이 몰려 상품이 소진되면 곧바로 해당 농민에게 문자 메시지로 소식을 전달해 바로 채워 놓는다. 저녁 8시에 영업이 끝나면, 다음날 수수료 10%를 공제한 판매금이 바로 농민 통장으로 입금된다. 이런 식으로 용진면 매장은 하루 평균 1,200명의 도시 소비자에게 농산품을 1,700만원 가량 판매하고, 효자동의 하루 매출은 2,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런 방식의 직거래를 통해 농민은 시장에 팔 때보다 소득을 두 배 더 올릴 수 있으며, 소비자는 30~50% 싸게 원하는 물건을 얻게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www.eat.co.kr)도 도시 소비자들이 집에서 농축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축산물에 관한 한 종합 인터넷 시장이라 할 수 있는 aT의 사이버거래소는 개장 당시(2009년)에는 연간 거래액이 52억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1,755억원으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는 1조1,14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승세는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 거래액(전체 매출의 78%)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앞으로는 일반 소매거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수 aT사장은 "농업과 ICT의 융합은 대표적인 창조경제의 영역"이라며 "2020년까지 국내 생산 농수산물의 10% 가량이 사이버시스템을 통해 유통거품이 빠진 상태에서 거래되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ICT기술을 농식품 유통 안전성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부문 자회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ICT 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산지와 본사 물류센터, 그리고 매장 진열단계에 이르기까지 총 3회에 걸쳐 검품이 이뤄진다. 또 친환경농산물 인증정보를 바코드화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보장했다.
정부는 ICT 기술을 이용해 바쁘게 생활하는 도시인에게는 '도시농업'의 기회를, 은퇴 후 전원 생활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맞춤형 귀농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도시 거주자가 집에서 농작물을 키우며 농촌의 여유를 느끼는 사례가 많은데, 농촌진흥청이 최근 내놓은 'RDA스마트 농업기술정보포털' (m.rda.go.kr)도 그런 목적으로 제작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거실 화분에 부착된 QR코드를 읽히면 화분 속 식물에 관한 일체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꽃 이야기나 건강 식단과 관련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ICT기술은 또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정보 부족으로 망설이는 도시인의 귀농도 도와준다. ICT기술을 활용해 베테랑 농민이 30, 40년간 얻은 노하우를 스마트폰으로 전달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곳곳에 구축됐다. 농식품부 정보화담당관실 도재규 주무관은 "ICT 융합 환경이 농촌에 보급되면서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귀농인의 적응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며 "농장관리와 인터넷 판매에 모바일 기술을 적극 활용한 귀농인이 억대 부농으로 발돋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ICT기술은 도시에 농촌을 옮겨 놓기도 한다. 농진청이 실험용 식물공장을 선보인 데 이어 리프레시함양, 참농원, 베지텍스 등 민간 업체도 ICT 기술을 이용해 인공 태양과 자동 온도ㆍ습도 조절장치가 완비된 식물공장을 도시 주변에 짓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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