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 감독체계 개편안을 발의함에 따라 내년 7월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설립을 일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강석훈 의원은 이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떼어내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정안과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금감원과 대등하면서도 독립된 금융감독기구인 금소원을 설립하고 금소원이 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 분쟁조정, 금융소비자 교육 등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가 올 7월 발표한 '금융감독원 선진화방안'과 뼈대가 같다.
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금소원 설립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금융위 산하가 아닌 별도의 민간 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송호창 의원 등 야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22일 공동 성명을 통해 독립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에 있을 경우 대형 금융사 견제를 통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금소원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배구조 방안을 마련 중이며 별도 법률을 낼지 법안심사 과정에서 관철시킬 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금소원 설립에는 찬성하지만 금융 감독체계 전체의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입장이다. 금감원은 올 7월 전 직원 성명서를 통해 "업무 중복으로 서로 싸우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떠넘기는 금감원과 금융위를 통합해야 한다"며 "통합은 조직 이기주의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이뤄져야 하며,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신설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금융 감독체계를 둘러싼 해묵은 영역 다툼과도 관련이 깊다. 금융위가 설립된 2008년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제재권 등을 놓고 주기적으로 갈등을 겪어왔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동양 사태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원화 체계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며 "금융위를 포함한 감독 체계 개편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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