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B리그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정규시즌 우승팀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총 14라운드 가운데 12라운드가 끝난 현재 티브로드가 9승3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어 앞으로 남은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기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정관장(7승1무4패)과 신안천일염(7승5패)이 뒤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월은 어려워 보인다.
개인부문에서는 박정환(정관장 1지명)이 10승1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지석(한게임 1지명)이 10승2패로 2위, 이지현(티브로드 2지명)과 김정현(신안천일염 3지명)이 9승3패로 공동 3위다.
올해 KB리그에서는 특히 락스타리그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각 팀 성적 역시 후보선수 격인 락스타리거들의 활약 여부에 크게 좌우됐다. 올해부터 각 팀은 주전선수 5명과 락스타선수 4명을 포함, 모두 9명의 선수 중에서 아무 제한 없이 감독 재량으로 출전선수 오더를 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1위가 거의 확정된 티브로드의 경우 락스타리거 기용이 대성공을 거둔 사례다. 이상훈 감독이 개막전부터 류수항을 선봉장으로 내세운 게 주효했다. 이후 류수항이 4승2패, 김현찬 3승2패, 김성진 2승1패로 세 명이 9승5패를 합작했다. 팀의 일등공신인 이지현이 9승3패를 거뒀고 주장 조한승이 7승5패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기여도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다. 더욱이 류수항이 박영훈, 김현찬은 최철한과 김승재, 각각 상대팀 1지명을 잡아준 게 티브로드 6연승의 밑거름이 됐다.
2위 정관장은 홍기표가 5승1패로 펄펄 날았고 박승화도 2승2패로 주전선수들을 확실히 뒷받침했다. 3위 신안천일염도 이호범이 5승2패, 박대영이 2승3패로 락스타리거를 기용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4위 한게임도 괜찮았다. 이춘규 2승2패, 김진휘 3승3패, 박준석 3승4패로 모두들 제 몫을 해서 2지명 이동훈(3승6패)의 부진을 커버했다.
반면 하위팀은 전반적으로 주전선수들이 부진한데다 락스타리거들도 전혀 힘이 되지 못했다. 5위 넷마블은 신민준이 5승6패로 그런대로 제 몫을 했지만 유병용(2패), 백찬희(1패)는 기대에 못 미쳤다. 포스코켐텍은 강승민이 1승2패, 안형준이 2승4패에 그쳤고, SK에너지는 한태희가 5승3패로 분전했지만 황재연이 2패, 김형우가 2승4패로 부진했다. 꼴찌 Kixx는 최홍윤이 1승1패를 했을 뿐 한승주와 류민형이 나란히 3패를 했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밝은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뒤따르는 법. 락스타리거의 환한 웃음 뒤에는 5지명선수들의 쓰라린 눈물이 숨겨져 있다.
올해 KB리그에 등록된 8개 팀 주전선수 5명에 락스타리거 4명을 포함한 총 72명 가운데 단 한 번도 경기에 나가보지 못한 선수가 10명이나 된다.
우선 8개팀 여자선수들이 12라운드 동안 한 번도 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자기사들과 상당한 실력 차이가 있어 감독들이 모험을 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남자선수 중에서도 강지성(신안천일염)과 박민규(정관장)가 계속 벤치를 지켰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각 팀 5지명선수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대우다. 1~4지명선수는 랭킹 시드를 받아 자동으로 KB리그에 출전했지만 5지명선수들은 모두 랭킹이 낮아 시드를 받지 못하고 예선을 치러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예선 관문을 뚫고 당당히 정규리그 멤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팀 감독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개막전에서부터 가차 없이 5지명선수들을 오더에서 제외하고 대신 락스터리거를 기용했다.
류재형(신안천일염)이 개막전에 처음 나가 패한 후 12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범진(KS에너지)도 1~3라운드 동안 벤치를 지키다 4라운드에 첫 기용됐지만 그 후 다시는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밖에 이원도(티브로드)와 황진형(넷마블)이 각각 두 번, 강병권(정관장)이 세 번 경기에 나갔다. 한편 한게임은 특이하게도 5지명 조인선이 아니라 4지명 진시영을 계속 오더에서 제외했다.
5지명 선수 가운데 비교적 제대로 주전선수 대접을 받은 건 김주호(포스코켐텍)와 이희성(Kixx) 뿐이다. 둘 다 12라운드 동안 10번이나 출전해 김주호가 6승4패, 이희성은 3승7패를 거뒀다. 이는 김성룡 포스코켐텍 감독이 일체의 선입견 없이 자체선발전 성적에 따라 선수 기용을 한 때문이고, 최명훈 Kixx감독은 몇 차례 락스타선수를 기용해 봤지만 한 번도 재미를 보지 못하자 정규멤버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흔히 KB리그 주전선수가 되면 대충 10판 이상 출전 기회가 보장되고 상금 수입도 쏠쏠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들 5지명선수들에겐 애당초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니 모두 그림의 떡인 셈이다. 5지명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랭킹이 뒤지고 최근 성적도 별로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감독들이 선뜻 기용을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렵게 예선전을 치러 출전권을 따냈는데 아예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너무나 억울하다. 이런 식으로 예선통과자들이 정규리그에서 홀대받는다면 적잖은 비용과 시간과 인력을 들여가며 굳이 예선전을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처럼 KB리그 주전선수들의 의무출전규정을 부활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예선전을 없애고 선수 전원을 각 팀에서 자율적으로 뽑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예선전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KB리그 예선전 대국료 총액이 8,000만원가량인데 예선전을 없애면 그만큼 일반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주최 측에서 선뜻 예선을 없애자고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는 과감히 고쳐야 한다. 앞으로도 똑같은 방식으로 KB리그 예선이 진행된다면 5지명선수들에 대한 홀대 현상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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