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1,050원선까지 위협할 정도로 하락하면서 증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2개월간 13조원을 순매수하며 증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이 환율이 1,0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내려온 걸 계기로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5일에는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41일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서, 코스피 지수가 2,040선 밑으로 내려 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12.30포인트(0.60%) 내린 2,034.39에 마감했다. 개장과 동시에 0.77포인트 오른 2047.46으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장중 내내 지수가 하락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8억원이었는데, 이는 8월23일 이후 최초의 순매도 사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변심한 가장 큰 이유를 환율 상승에서 찾는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0.8원 오른 1,061.8원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연중 최고치였던 6월24일(1,161원)과 비교하면 9%나 떨어진 상태다. 외환 당국 개입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으나,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율의 절대 수준이 경고 수위까지 내려온 상태라는 것이다.
과거 데이터도 이제는 외국인이 떠날 때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외국인은 1,060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며 “과거 패턴대로라면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거래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을 산 뒤 환율이 낮아져야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환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 원화 강세가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제한적 영향만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 강도를 둔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인의 전반적 매수세까지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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