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ㆍ한성대 교수
최근 ‘기회의 땅’아프리카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우리 정부와 유네스코는 아프리카 교육원조를 위해 베어(BEAR: Better Education for Africa's Ris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은 나미비아 잠비아 보츠와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라위 등 남아프리카 5개국의 직업교육 역량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가 아프리카에 지원한 공적개발원조(ODA)는 15억 5,000만 달러로 최근 5년 사이 2배 늘었다. ‘자원 부국’이라고 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ODA는 전체의 20%로, 정부는 그 비중을 점점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ODA는 인근 아시아 국가보다는 실무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사실을 출장을 통해 알게 됐다. 필자는 인천공항을 떠나 75시간이 걸려 출장지인 나미비아 빈툭공항에 도착했다. 나미비아 입국비자를 받기 위해 요하네스버그에 2일간 체류한 탓에 이처럼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아프리카엔 치안 문제로 일몰 후에는 외출 하는 것이 위험한 나라가 많다. 베어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연구진들은 출장 기간 동안 숙박장소 외에는 외출이 허용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강대국으로부터 수탈당한 역사가 있다. 나라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많은 제도나 관습은 식민 지배를 한 나라로부터 받아들여 제도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진다.
직능원으로부터 직업교육과 관련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나미비아에는 박근혜정부가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는 기반으로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e Standards)이 개발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한 국가자격체계(NQF: 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가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 제도가 나미비아에선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이를 제대로 운영할 인력도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의 단계에 있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 직업교육훈련의 경험을 전수받기를 열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이들 나라들은 제도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선진국의 제도를 잘 체화시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올해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4회 연속 우승한 우리나라 기능인력의 우수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50년이 안 걸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나올 수 있는 바탕에는 우수한 한국의 기능인력이 있다는 것을 아프리카 국가들은 잘 안다. 특히 경제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정수직업훈련원과 같은 직업훈련기관이 만들어져 경제성장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육성하면서 도시지역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우리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G2(세계 2대 강국)로 부상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대규모의 공적개발 원조를 하고 있으나, 그렇게 환영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입한 중국인들을 대거 집단으로 이주시켜 지역 상권을 장악하는 사례가 빈번한 탓이다. 잠비아에만 10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1만 명은 영구정착했다. 중국도 20세기를 제외하면 항상 세계 열강이었기 때문에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서구열강과 같이 우월적 지위에서 지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짧은 기간에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해 낸 우리의 강력한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는 정신에 매료된 것이다. 공적자금 원조를 받으면서 동시에 초고속 성장하는 비결을 한국 사람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ODA가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되는 장점이라고 그들은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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