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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입 진상 규명과 대선결과 승복 여부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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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입 진상 규명과 대선결과 승복 여부는 별개"

입력
2013.10.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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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들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대선 불복'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여야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해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한 게 직접적인 계기다. 하지만 적극적인 진상 규명 요구와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는 동일선상에 놓고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차원이 전혀 다른 주제들을 뒤섞어놓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정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여야는 그 동안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정치 댓글 활동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민주당은 이를 헌법가치 훼손이자 민주주의 유린으로 규정,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법ㆍ제도 정비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줄곧 "대선 결과에 대한 부정"이 아니냐며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 문제를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가둬두고자 하는 자세를 보였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어긋난 공방은 결국 '대선 불복'대 '선거부정'구도로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문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당장은 새누리당의 의도가 다소 먹히는 분위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어젠다 세팅에서 앞서 있다"고 했다. 권력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있으니 이를 철저히 규명하자는 야당의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은 "그럼 대통령을 다시 뽑자는 거냐"는 식의 다분히 자극적인 주장으로 이를 정쟁의 영역에 묶어두는 데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의 프레임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법원이 이달 말께 5만여건에 이르는 국정원의 트위터 대선 개입 활동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법정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만일 법원이 이를 수용하기라도 하면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또 민주당과 문 의원이 부정선거에 초점을 맞춘 채 '대선불복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는 것도 변수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권력기관이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적어도 이의제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번지고 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문 의원의 성명이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온 민주당 지도부에게 일종의 방향타가 된 셈"이라고 문 의원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외압을 거론함에 따라 그 불똥이 현 정부로까지 튀고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에는 불리한 대목이다. 그 동안 박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없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면서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단번에 현 정부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 후보를 지낸 문 의원이 직접 나서 '대선 불복'의 빌미를 준 지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직접 경기에 뛰었던 플레이어가 '불공정'과 '상대방 수혜론'을 거론한 게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문 의원의 선의는 이해하겠지만 야당 대표나 민주당 차원에서 나서는 방법도 있는데 본인이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더욱이 아직 사실관계 규명은 물론 법적 절차가 많이 남았다는 점을 들어 문 의원이 나선 시점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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