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10월 미얀마 서쪽 바다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유수의 자원기업들이 실패한 이 곳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뽑아내는 데 성공한 것. 대우인터내셔널은 A-3 해상광구 '미야' 가스전에선 지난 7월 본격 생산에 돌입했고,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회의적인 전망에도 사업을 지속하며 현지 당국과 신뢰를 쌓자, 다른 광구 개발권도 얻는 등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1997년 미얀마에 진출한 포스코는 2008년부터 현지 아연도금(함석) 강판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기가 긴 저소득 국가이고 광물이 풍부한 조건을 감안, 가격 대비 내구성이 뛰어난 함석 지붕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던 것. 2011년 2,773만 달러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회주의 문화가 남아 외국인 토지소유를 금지하는 등 제약이 많지만 합작회사 등 현지화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광범위한 미개발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가진 나라다. 원유는 총 34억배럴, 천연가스는 23조 입방피트(cf)수준. 광물의 경우, 석탄 철광석 구리 아연 니켈 우라늄 등 국내 6대 전략광물이 최대 수억톤에 이르는 것은 물론, 철 동 니켈 등 국내에서 자주개발률이 저조한 광물도 풍부하다.
하지만 자원 개발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1962년 군부독재 정권이 집권한 뒤 49년 간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고수해 왔고, 2003년부터는 미국 유럽 등이 민주세력 탄압을 이유로 수출제한 같은 경제제재 조치를 가해 해외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얀마를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2010년 군부종식을 계기로 외국인투자법, 경제특구법 등 개혁ㆍ개방 정책이 확대되면서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이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미얀마는 동남아에서 각국 및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지난해까지 매년 '한-미얀마 자원협력위원회'를 통해 자원개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강점이다. 공장 노동자 기준 월급이 70~80달러 선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 노동자의 20~5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양질의 노동력까지 더해져 국내 중소 봉제ㆍ신발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인데, 현지 진출한 국내 업체 총 110여개사 가운데, 제조업체가 60여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서비스 분야의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글로벌 외식업체로는 처음으로 미얀마에 진출했는데, 단숨에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6월에 1호점을 낸 치킨 브랜드 BBQ는 지난달 2, 3호점을 열었고 연내 4, 5호점까지 개점할 계획이다. 올 3월 미얀마투자위원회(MIC)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총 29억 달러를 현지에 투자해 중국(141억 달러), 태국(95억 달러), 홍콩(63억 달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70년대 수준인 인프라 개발 수요 역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과의 무역 전진기지가 될 항구 건설사업인 '드웨이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2020년까지 총 86억 달러를 투자해 항구, 산업단지, 발전, 도로, 수처리, 신도시 등 6개 분야 대규모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국내에선 인천공항공사가 제2 양곤신공항 건설사업에 금호ㆍ한라ㆍ롯데 등 국내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SK건설은 지난 5월 수도 양곤시의 상하수도 및 폐기물분야 등 전반적 환경개선사업에 참여키로 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얀마가 아시아에 몇 곳 남지 않은 '기회의 땅'이긴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인 위험이 크다고 조언한다. 노인호 코트라 신흥시장팀장은 "현지에는 전기, 도로, 금융시스템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부족해 함부로 들어갔다 손해보기 십상"이라며 "이제 막 형성된 시장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현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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