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측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통보 및 국회의 개성공단 국정감사를 수용한 북한의 조치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연일 대남 공세로 일관하던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노린 유화 제스처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는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무산 이후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특히 북한의 남측 주민 송환 통보는 다소 뜻밖이어서 정부도 당황한 표정이다.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이들의 이름과 성별, 나이 등의 자료를 넘겨받았지만 당사자들을 실제 송환하고, 또 정확한 신원을 파악해야 공개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2010년 2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불법 입국 남한 주민 4명'이 송환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통일부는 공개 브리핑과 개성공단 실무접촉 등을 통해 해당 인사들의 신원 확인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북한 당국은 이를 묵살했고 사안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그러나 북한은 3년여가 지난 올해 6월 5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지금 공화국에는 불법으로 입국했다가 단속된 남한주민들이 여러 명 있지만 남조선당국은 팽개쳐 두고 일언 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정부는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인도주의의 대표적 사례가 이산가족 상봉인데, 북측의 일방 파기로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 만큼 같은 인도주의 사안인 월북자 송환을 매개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개성공단 국감을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측 구역에서 남한 입법기관의 감사활동을 허용한 자체가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북 당국간 불신의 골이 깊은 점을 감안할 때 야당 의원이 다수 포함된 국회 방문단은 박근혜정부를 압박하고 대북정책 전환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이벤트로 훌륭한 소재다.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국감은 당국간 대화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북한 입장을 전달하는 선전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두고 남북관계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북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23일 "전국에 경제개발구(특구)를 14개 조성했다"(노동신문)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외자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30일 예정됐던 개성공단 해외투자자 설명회가 취소된 마당에 공단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양새는 대외 여건을 유리하게 만드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마저 북한의 핵 도발을 용인하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북한이 최소 1년 안에 핵을 통해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도 북한이 내민 유화책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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