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종북ㆍ좌익'으로 규정한 자료로 청소년ㆍ공무원 대상 안보강연을 하면서 사실상 여권 후보를 지지하도록 교육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보세력을 종북이라 폄훼한 안보교육에 이어 노골적인 선거개입까지 드러나면서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에서 제출받은 보훈교육자료집 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종북ㆍ좌익으로 규정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친북성향 야당의 정권창출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자료집은 햇볕정책을 편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가리켜 "평화세력으로 위장한 친북 햇볕론자들"(41쪽), "한국에 좌익적 정부가 존재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중략) 국가안보는 의심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54쪽)며 친북, 좌익으로 규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추진한 데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전쟁억지 장치를 북한과 대한민국 내 종북, 좌익세력들은 한국의 주권 문제로 몰아갔다"(48쪽)고 매도했다.
노골적인 선거개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때 처음 실시한 재외국민투표와 관련해 "친북반한성향의 교포들은 북한 공작지령에 따라 (중략) 친북후보를 지지할 것"(36쪽)이라며 야당 대선후보와 일부 해외 동포를 싸잡아 친북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이어 "선거관리 측면이 아닌 대남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정치공세를 폈다. 사실상 친북정권 창출 반대를 주장하며 여권 후보 지지를 유도한 것이다.
2011년 6월 발행된 이 자료집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초등학생 1만632명, 중ㆍ고등학생 9,370명, 대학생 1,663명, 공무원 2,251명, 보훈대상자 가족 399명 등 총 2만4,225명 대상 2,292회(2012년 541회ㆍ2013년 1,751회) 안보교육에 사용됐다.
박홍근 의원은 "정부가 안보교육으로 위장한 채 야당을 종북ㆍ좌익세력으로 매도하는 정치적 선동을 벌였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처벌, 정부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정교 보훈처 대변인은 "해당 자료를 확인 중이며 공식 입장은 25일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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