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정규시즌 1위 삼성과 4위 두산의 2013 한국시리즈(KSㆍ7전4선승제) 1차전. 두산의 완승이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89)답게 상대 에이스 윤성환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두산 타자들이 4.1이닝 동안 윤성환에게 빼앗은 안타만 무려 10개. 단기전에서는 9회까지 10안타 이상을 때리기 힘들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4차전에서 끝낸 두산은 3일 동안 푹 쉰 뒤 모처럼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6~9번 하위 타선에서 갈린 1차전
KS에 앞서 두산은 테이블 세터에서, 삼성은 중심 타선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종욱-정수빈(이상 두산)이 배영섭-박한이(이상 삼성) 보다 낫고,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상 삼성)이 김현수-최준석-홍성흔(이상 두산)에 비해 타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결국 승부의 키는 6~9번 하위 타선이 쥐고 있었다. 삼성은 특히 '국민 타자' 이승엽이 6번에 배치돼 어떤 역할을 해줄 지가 관건이었다.
하위 타선의 맞대결에선 예상 외로 두산이 완승을 거뒀다. 6번 이원석-7번 오재원-8번 최재훈-9번 손시헌은 상대 6번 이승엽-7번 김태완-8번 이정식-9번 정병곤 보다 모든 면에서 나았다. 두산이 기록한 12개의 안타, 7개의 타점 가운데 6~9번이 6안타, 5타점을 책임졌다.
0-1로 뒤진 두산의 2회초 공격. 2사 1루에서 오재원이 좀처럼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넷을 얻어냈다. 이후 최재훈이 초구를 밀어 쳐 1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손시헌마저 계속된 1사 1ㆍ3루에서 1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1번 이종욱의 우전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점수는 3-1.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두산 쪽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이원석은 4타수 1안타 2타점, 오재원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최재훈은 선발 노경은과의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3타수 2안타 1타점,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손시헌은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삼성은 대타를 포함해 6~9번이 3안타만 터뜨리며 완패를 당했다.
두산의 철저한 전력 분석
삼성 선발 윤성환은 올 시즌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이 1.20으로 이 부문 4위였다. 이재학(1.17ㆍNC) 리즈(1.19ㆍLG) 에릭(1.19ㆍNC) 등 단 3명의 투수만이 윤성환 보다 적게 주자를 출루시켰다. 윤성환은 득점권 피안타율도 1할9푼5리로 상당히 낮았다. 주자가 없을 때는 2할8푼6리의 높은 피안타율을 보이다가도 주자만 나가면 좀처럼 안타를 맞지 않았다.
하지만 KS 1차전의 윤성환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10개의 안타, 1개의 볼넷, 1개의 폭투로 6점이나 내줬다. 시리즈에 앞서 3주간이나 충분히 쉬었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승이나 올린 투수라고 믿기 힘든 부진이었다. 1회 윤성환은 묵직한 직구 등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지만 2회부터 난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결국 두산의 전력 분석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 윤성환의 강점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제구력과 몸쪽 승부, 지난해부터 주무기로 삼아온 슬라이더다. 커브를 던지지만 이제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던지는 횟수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두산은 윤성환의 몸쪽 직구, 낮은 슬라이더, 커브를 모두 공략했다. 2회 2사 1ㆍ2루에서 동점타를 때린 최재훈은 몸쪽 직구를, 계속된 찬스에서 역전타를 날린 손시헌은 낮은 슬라이더를 밀어쳤다. KS 첫 홈런포를 쏘아올린 김현수는 5회 낮은 커브를 걷어 올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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