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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휴대폰 도청' 발끈… 오바마는 동문서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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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휴대폰 도청' 발끈… 오바마는 동문서답

입력
2013.10.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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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불법 감청과 관련해 해명해야 할 다음 국가는 아시아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에서 나돌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유럽과 남미 국가들을 감청하고 해킹한 사실로 미뤄 아시아 국가들도 감청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이 같은 관측의 근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가 유럽보다 민감한 현안이 많았다는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국가정보국(NSA)에서 근무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6월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미국의 세계 불법 사찰을 폭로했을 때 한국과 일본의 미국 주재 대사관도 감시의 표적이었던 사실이 공개됐다. 24일까지 미국 정부에 자국 감청을 항의한 나라는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중남미의 브라질과 멕시코 등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간) NSA가 자신의 휴대폰까지 도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독일 총리 대변인실은 메르켈 총리가 진위를 따지면서 "그런 관행은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메르켈 총리의 통화를 엿듣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과거의 잘못을 캐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안 했다"고 말하지 않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동문서답했다. 그러나 독일은 존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독일의 입장을 전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진땀 해명을 해야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미국이 지난해 12월 상순부터 1개월 간 프랑스 정계와 경제계 인사를 포함해 7,000만 프랑스인들의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고 폭로하면서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전화 통화 이후 프랑스 정부는 "감청 행위는 우방과 친구 사이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지만 백악관은 "양국은 우방이고 다양한 사안에서 긴밀한 공조 관계에 있다"고 딴청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백악관의 반응은 유럽의 전통 우방국 항의에 유감 표명까진 아니라도 정상간 전화 외교로 의혹을 간접 인정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BBC 등 외신은 유럽연합(EU)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하는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성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프랑스, 독일과 달리 브라질, 멕시코의 항의는 무시하면서 달리 대응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미국의 자국 감시를 이유로 워싱턴 방문을 돌연 취소했지만 미국은 반응하지 않았다. 당시 브라질 언론은 NSA가 호세프 대통령 측 이메일과 통화기록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멕시코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통신을 엿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백악관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은 주미 한국 대사관의 감시 의혹 확인 요구에 대해서도 일반적 차원의 정보활동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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