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18세, 25세가 됐을 때 내가 얼마나 그 자리에 함께 있고 싶어했는지 알았으면"
체외수정 끝에 내년 1월 세상에 나올 딸, 올해 크리스마스 전 세상을 떠날 것이란 진단을 받은 말기암 아빠. 아빠는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태어날 딸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암이) 딸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가려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지만 생명을 연장시켜줄 약을 살 여유가 없다. 그런 아빠에게 희망이 생겼다. 네티즌 모금운동으로 딸을 보고 눈을 감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오클랜드병원 내과의사 재럿 노엘(32ㆍ사진 왼쪽)씨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 큰 수술과 66회의 화학요법 항암치료를 받았다. 5년간의 투병 생활 중 부인 해너(오른쪽)씨는 네 차례 체외수정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출산 예정일은 내년 1월 21일. 하지만 노엘씨는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한 가닥 희망은 종양 성장을 더디게 해 딸이 태어날 때까진 생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아바스틴이란 약을 복용하는 것. 하지만 이미 치료에 많은 돈을 써버린 부부에겐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이 약을 10번 정도 쓰는데 드는 6만 달러를 부담할 능력이 없었다.
딱한 사정을 안 노엘씨의 친구가 22일 한 모금 사이트에서 노엘씨를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다. 이틀도 채 안돼 11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다. 익명의 기부자와 노엘씨와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모금 사이트 측은 "2008년 12월 사이트 개설 이후 이렇게 빨리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노엘씨는 "딸이 태어나는 순간 반드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딸이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18세가 되고, 25세가 됐을 때 내가 얼마나 그 자리에 함께 있고 싶어했는지를 알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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