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의 노조 설립 취소로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는 법외 노조가 됐지만 그 법적 권리를 놓고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단체교섭권 등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노동법 전문가들은 헌법상 노동권은 당연히 보호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계에 따르면 교육부 및 교육청은 앞으로도 전교조의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무실 지원 조합비 원천징수 등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노동법연구회장)는 "법외 노조여도 헌법상 단결체로서 실질을 가지고 있으면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노동법학계의 통설이며, 노동법 교과서에도 나오는 만큼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당연히 사용자에게도 교섭에 응할 의무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외 노조라는 이유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 수 없으며, 기존에 맺었던 단체협약도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즉 정부의 노조 설립 취소는 노동쟁의 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과 같은 행정적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일 뿐, 헌법상 노조로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계속 보호받는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도 2008년 노조법 7조3항에 대한 위헌 소원에서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법외 노조도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조는 정부에 설립신고를 한 노조(법내 노조), 설립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헌법상 노동권을 보호받는 헌법상 노조(법외 노조), 사용자로부터의 독립성이나 단체의 목적 등에서 실체가 없는 불법단체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전교조는 1999년 정부에 설립신고를 한 후 14년간 법내 노조였다가 이날 법외 노조로 법적 지위가 바뀌었지만, 법내 노조에게 보장되는 행정구제 외에는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전교조의 단체교섭권이 박탈됐으며 단협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므로 단체교섭권 등 노동권이 부정되고, 노조 사무실 지원 등 여러 편익들도 노조이기에 주어졌던 것이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윤 고용부 공무원노사관계과장은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받을 수 있어야만 사용자에게도 교섭 응낙 의무가 생기는 것인데, 전교조는 그런 행정 구제를 받을 수 없으므로 교육부는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법외 노조도 불법 단체도 아닌 '회색지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단협과 교섭권을 이렇게 한꺼번에 무효화시킬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사법부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전교조가 요구하는 교섭을 시도교육청이 거부할 경우 전교조는 교섭응낙가처분 소송 등을 낼 수 있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교조가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외 노조인지, 아예 권한이 없는 불법단체인지 명확해진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설립 취소는 행정부의 내부적인 효력에 불과할 뿐, 전교조의 노조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설립 취소를 근거로 사용자가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등을 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헌법을 수호하는 정부가 노조 역할을 해왔고 노조로 존중돼 왔던 전교조를 한 순간에 불법단체로 평가해 단체교섭 질서를 무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고용부는 전교조 지위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기존 단협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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