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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노래 부르면서 문학 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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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노래 부르면서 문학 홀대"

입력
2013.10.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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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열악한 문학출판을 고사시킬 것이 뻔하다. 노벨문학상 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문학을 홀대할 수 있나.""신인 작가의 시집이나 소설책은 더 이상 내기 어렵게 됐다. 팔리는 작가들의 책만 나오고 한국문학의 종 다양성은 사라질 것이다."

작가들이 단단히 화났다. 순문학 창작에 대한 거의 유일한 정부 지원책이었던 '문학나눔사업'이 내년부터 전격 폐지되기 때문이다. 기금과 국고를 포함한 문학 분야 국가 지원은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기초예술 6개 분야 중 꼴찌인 4%에 불과, 연극과 비교할 때 10분의 1 정도에 그쳤다.(표 참조) 보수 정권의 문학 푸대접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문화 소외지역에 보급해온 문학나눔사업까지 폐지되자 작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24일 "다른 문학단체들과 연대해 정부의 문학 예산 삭감을 강력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문학 작품 고사는 불보듯"

52억5,000만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2005년 시작된 문학나눔사업은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계층)에 보급해온 사업이다. 올해는 40억원의 예산으로 320종을 선정해 종당 1,200부씩 구입, 배포해 왔다. 시, 소설, 희곡, 어린이도서, 산문집 등의 책들이 양서이기만 하면 초판 물량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문학 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도서 선정 사업에도 문학 항목이 있으며 두 사업을 통합하면 운영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며 문학나눔사업을 폐지키로 했다. 예산은 올해 두 사업을 합친 90억원보다 52억원 많은 142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우수 교양ㆍ학술도서' 중 문학 항목으로 선정된 도서들이 순문학 창작물이 아닌 대중교양서나 에세이류에 크게 치우쳐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문학 창작 지원은 사라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우수 교양도서 사업의 문학 항목은 43% 정도만 순수 창작물이고 나머지는 같은 요리책, 여행서, 미술 심리서 등 대중적 에세이들이다. 문학나눔사업의 본격 창작 문학 비중이 85%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한 손택수 시인은 이에 대해 "가장 가난한 작가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학나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진입 장벽이 높은 문학 출판 시장에 새로운 작가군들을 대거 진입시켰다는 점"이라면서 "2000년대 중반 한국문학의 활력을 불러온 미래파 시인들은 출판의 모험을 감행케 한 문학나눔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도 기획 종수 반토막

문학나눔의 폐지로 출판사들의 내년도 사업 계획에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영세 출판사나 지역 출판사의 타격이 크다. 한 중소 출판사 대표는 "당장 내년도 기획 종수부터 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 논리로는 답이 안 나오는 시집은 일년에 서너 종이나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학나눔사업이 9년간 진행되며 이룬 성취 중 하나는 지역 출판의 활성화다. 부산의 산지니, 대전의 애지, 광주의 문학들 같은 출판사들이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내놓으며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지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문학나눔이 신인이나 지역 작가의 책들을 꼼꼼히 살펴봐준 덕분에 시장성이 떨어지는 지역작가들의 소설이나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유명한 저자나 보기에 화려한 책들이 우수 도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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