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왼손 선발 존 레스터(29)는 암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상징이다.
2006년 6월 빅리그에 데뷔한 레스터는 그 해 9월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도 포기하지 않고 10개월간 암과 싸운 끝에 2007년 7월 돌아왔다. 그리고 복귀 후 1년 사이에 월드시리즈 승리 투수와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며 팀 내 주축 투수로 우뚝 섰다.
레스터가 또 한 번 큰 일을 했다. 레스터는 24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2이닝 5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8-1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레스터는 2007년 10월29일 콜로라도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승리 이후 2,187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또 역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이상 던지고 삼진 8개를 곁들여 무실점 피칭을 한 4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레스터는 8개의 삼진 중 5개를 예리한 커터로 뽑아냈고, 정교한 제구력과 위기 관리 능력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보스턴 홈 팬들은 레스터가 8회초에 맷 카펜터를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
보스턴은 1차전 승리로 2007년 이후 6년 만이자 팀 사상 8번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총 108차례 가운데 67번으로, 확률은 63%에 달한다. 양 팀의 2차전은 25일 오전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0-0으로 맞선 1회말 1사 1ㆍ2루에서 보스턴 4번 데이비드 오티스가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성 타구를 쳤지만 세인트루이스 유격수 피트 코즈마가 2루수 맷 카펜터의 평범한 토스를 놓쳤다. 이닝이 끝날 상황인데 졸지에 1사 만루가 됐다. 계속된 공격에서 보스턴은 5번 마이크 나폴리가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로 3-0으로 앞서갔다. 2회말에는 3번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4번 오티스가 외야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다. 5-0으로 승부가 기운 7회말에는 오티스의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초에 맷 할러데이의 솔로 홈런으로 영패를 겨우 면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의 우익수 카를로스 벨트란은 2회말 오티스의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펜스에 부딪혀 오른쪽 갈비뼈를 다쳤다. 3회말 수비부터 존 제이로 교체된 벨트란은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