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로 좌상귀에 걸친 게 마지막 남은 큰 자리다. 이때 백이 7의 곳 날일(日)자로 받아주는 게 보통이지만 안조영은 굳이 좌하귀를 2로 젖혔다. 현재 형세가 괜찮다고 판단하고 먼저 자기 말을 확실히 살아둔 다음 장차 좌변 흑돌은 물론 멀리 우변 흑돌까지 싸잡아 공격하는 수단을 노리려는 생각이다. 상대가 손을 뺐으니 이동훈이 즉각 삼삼에 쳐들어가서 17까지 실리를 챙긴 건 당연하다.
안조영이 18로 좌변 흑돌을 공격한 건 앞서 2를 둘 때부터 노리고 있던 수지만 19 때 20으로 가만히 올라선 게 너무 온건했다. 나 처럼 둬서 좀 더 강력히 몰아붙여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전에서는 이동훈이 19, 21을 선수해서 아래쪽을 응급 처치한 후 23, 25로 위쪽 흑돌까지 얼른 안정해 버리고 나니 백이 별 실속이 없는 느낌이다.
안조영이 잠시 손길을 멈추고 반면을 죽 둘러본 후 30, 32로 좌변 흑돌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 부근을 어느 정도 두텁게 만든 다음 멀리 우변 흑돌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을 펼치려는 이른바 '기대기 전술'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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