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야 불신이 사태 꼬이게… 대통령이 진실 규명 의지 밝혀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야 불신이 사태 꼬이게… 대통령이 진실 규명 의지 밝혀야"

입력
2013.10.23 18:39
0 0

정치의 실종이 원인"부정선거" "대선 불복이냐" 대화 없이 치킨게임 양상與 강경한 태도가 더 문제朴, 정공법으로 대응해야더이상 침묵하지 특검 또는 특임검사 통해 공정ㆍ신속한 수사 보장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정국 전반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커지고 있다. 여야 정당을 비롯해 검찰, 국정원, 군 등 국가 중추기관들이 서로 뒤얽혀 사생 결단식 난타전을 벌이면서 국정 시스템이 와해 위기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부정선거'대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서로가 끝장을 보겠다는 식의 치킨게임 양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정 표류가 아니라 혼돈에 빠지는 것 아니냐"(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우려도 크지만, 전문가들마저 속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마저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며 손 놓은 듯한 분위기다.

이러한 난맥상의 자락에는 사실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삐걱대던 여야 관계는 지난 9월 국회 3자 회담 결렬로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실종, 교착의 정치가 계속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간극을 좁히며 타협점을 찾는 게 정치지만, 상호 불신의 늪에 갇혀 있다 보니 '강 대 강'의 기세 싸움만 앙상하게 남은 꼴이다.

불신의 대립이 정점을 찍고 있는 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다.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등 명백한 위법사항이지만, 이를 보는 여야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야당은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 개입의 증거이며 박근혜 후보 캠프까지 개입됐을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야당 눈에는 '전ㆍ현 정권이 합작한 부정선거'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국정원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내분도 결국 청와대와 검찰 상부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파열음이라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반면 야권의 이 같은 의심에는 대선 불복 심리가 깔려 있어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 여권의 불만이다. 실제 국정원 직원의 댓글이나 트위터 글이 대선 승패를 갈랐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이 사건에 박 후보 캠프가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다. 돈 봉투와 투표 부정이 점철됐던 과거 부정선거에 비춰봐도 이 사건을 3ㆍ15 부정선거에 비교한 야당 일각의 공세가 지나친 측면이 적지 않다.

여야 불신의 장벽이 이 사건을 증폭시켰으나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한 것이 오히려 여권의 강경한 태도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상돈 교수는 "전 정권 문제는 전 정권으로 끝내야 하는데, 자꾸 무마하고 별 게 아니다고 하니까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내영 교수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완전히 없었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조직적이든 규모가 어떻든 검찰이 냉정하게 수사하게 해서 국정원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권한 오용을 적극 규명해 개혁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여권이 이 사건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오히려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어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까지 '찍어내기' 논란이 일면서 현 정부가 이젠 국정원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혹까지 받게 됐다.

이 거대한 불신의 악순환을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진실 규명'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정권의 정당성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위중한 상황"이라며 "결국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사 주체인 검찰마저 지휘부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 또는 특임검사 등을 통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윤 교수는 "박 대통령이 침묵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진솔한 태도로 선거개입 전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완전히 밝히겠다고 얘기하고, 국정원과 군의 정치적 중립성 등 개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 마비 위기까지 번질 수 있는 복잡다단한 불신의 매듭을 끊을 수 있는 길은 결국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꺼내는 진실 규명과 개혁의 칼 밖에 없다는 얘기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