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가 전국교직원노조 설립 취소의 이유로 들고 있는 해직교사 조합원은 단 9명(복직 불허 확정판결 기준)이다. 하지만 16~18일 조합원(5만9,828명)의 80%가 참여한 투표에서 투표자의 68.59%는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고치지 않겠다'는 데 표를 던졌다. 합법 노조에 대한 모든 지원과 법적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전교조가 해직교사들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
23일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사학비리와 싸우거나 정치 기본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교사들은 노조가 지향하는 가치를 앞서서 실천한 분들이며,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노조의 존립 이유인 만큼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같은 학교에서 일하지 않아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조합원을 위해 대다수가 희생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직된 교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교조 교사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해직교사인 박춘배 교사는 2003년 인천외고에서 새로 부임한 교장이 우열반을 나눠 학생들을 차별하고 사관학교를 모방한 벌점제도를 도입하자 교직원 조회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학교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은 끝에 파면 징계를 당했다. 이을재 교사는 상문고에서 학부모로부터 거둬들인 찬조금과 보충수업비 17억원을 유용한 교장이 퇴진한 후 교장 친인척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는 것을 보고 재단 퇴진 운동을 벌이다 해직됐다.
이에 대해 20년 경력의 한 교사는 "교원 사회는 근무하는 학교가 달라도 하는 일이 비슷하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교원 간 공감대가 크다"며 "특히 사학교원의 경우 학내 비리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고 자신도 비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밝혔다.
송원재 교사를 비롯한 6명의 교사들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조합원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했다가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아 해직됐다. 전교조 관계자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고 기부금을 걷은 것으로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교사는 기부금 모집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며 "우리나라 교육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이 잘 보장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경숙 교사는 북한의 역사책을 인용해 만든 자료집으로 동료 교사들과 통일 관련 세미나를 한 혐의로 유죄(국가보안법 위반) 선고를 받아 해직됐다. 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복직 소송 등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직 후 전교조에서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대다수 국가의 교원노조는 퇴직자, 해고자, 대학생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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