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9월은 이달 1일부터 16일간 지속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시기여서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신규 일자리 수는 14만8,000개다. 이는 전월의 신규 일자리 19만3,000개는 물론 전망치인 18만개 조차 밑도는 수치다. 3분기 민간 부문의 월 평균 신규 일자리 수는 12만9,000명으로, 20만명을 훌쩍 넘었던 상반기 평균보다 크게 낮아졌다.
9월 실업률은 7.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져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 하락은 취업자 증가가 아닌 구직자들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9월 노동시장 참가율은 전월과 같은 63.2%로 1978년 8월 이후 최저치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의 가장 큰 난제는 실업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연준이 테이퍼링을 내년 초로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TD증권의 밀란 멀레인은 "고용동향을 통해 미국 경제가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셧다운 등의 여파가 아직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아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테이퍼링 시기에 대해선 "내년 1분기, 특히 3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T는 "미 연준은 매달 85억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에 앞서 경제 회생의 조짐을 보고 싶어 하지만 지난 석달 간 고용지표 부진은 이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경우 내년까지 테이퍼링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지표 만으론 연준이 내년 초까지 양적완화 축소를 늦출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FT도 경제지표의 호전을 전제로 "연내 테이퍼링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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