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게 교원노조법상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 부칙 제5조와 해직자의 노조활동을 10월 23일까지 시정하지 않으면 노조법시행령 제9조 2항에 따라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16일부터 사흘간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고, 투표조합원 68.59%의 반대로 시정명령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로써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게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의 법적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정부의 통첩은 대내외적인 약속 위반이자 헌법상의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첫째, 17년 전인 1996년 한국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요청했으나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와 많은 국가들이 한국은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을 가로막고 제3자 개입을 금지하는 노동후진국이라며 가입을 반대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노사관계 법규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토록 개정할 것을 확약한다"는 외무부장관 명의 서한을 OECD에 보냈고 OECD는 한국을 특별노동감시국으로 지정해 한국정부의 약속이행 상황을 감시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입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은 99년 전교조 합법화와 2004년 공무원노조법 제정 이후 2007년에야 특별노동감시국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지난 8월 2일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반려한 데 이어 이미 합법화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OECD에 대한 한국정부의 약속을 정면으로 번복하려고 하고 있다.
둘째,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98년 한국정부 스스로 약속한 노사정 합의, 즉 전교조 합법화와 공무원의 노조결성권 보장방안 마련,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 인정을 통한 노동기본권 확충 등의 합의에 대한 위반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업자(해고자 포함)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 요건을 확충하겠다던 대사회적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자신의 약속 미이행으로 인한 법의 흠결 상태(해고자 가입 제한)를 이용하여 전교조의 법적 자격을 박탈하려 한다는 점이다.
셋째,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전교조에 대한 법적 지위의 박탈은 그 자체로 위법이다. 전교조 조합원수는 6만 여명, 활동 중인 해직자는 9명 내외이다. 우리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활동금지 가처분사건에서 조합원 중에 일부가 조합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경우, 바로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하여 자주성이 현실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결하였다(서울고법 1997. 10. 28자 97라94결정).
넷째,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헌법 제27조 2항). 그런데 노조법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증이 교부된 이후에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할 어떤 근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노조법시행령 제9조 2항에서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 시행령 규정은 87년 행정관청의 노조해산권을 없애기 위해 국회에서 노조법상의 해산명령규정을 삭제하자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입법인 대통령령으로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자체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ㆍ무효인 명령이므로 철회되어야 한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ㆍ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