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완공한 국내 최초 타워형 태양열 발전시스템이 대대적인 홍보 내용과는 달리 제 역할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가 국비 71억5,000만원, 민자 45억원을 들여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부근에 200㎾급 태양열발전시스템을 준공한 것은 2011년 6월. 대구시와 민간투자사인 대성에너지 측은 당시 "국내 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한 타워형 태양열발전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본격 가동 이후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한다는 그럴 듯한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본격 가동에 들어간 2011년 9월부터 2년간 이 발전시스템에서 생산한 전력량은 783.7㎾h에 불과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는 200㎾급 태양열발전기를 풀 가동할 경우 4시간이면 충분한 발전량으로, 도시 중산층 가정의 한달 전력사용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시스템 가동을 위해 들어간 외부 전력은 월 평균 100만원어치에 이른다. 한전이 이 시스템에 공급한 일반업무용 저압전력은 1㎾h당 64~102.9원으로, 이를 평균 80원 정도로 계산하면 2년간 투입전력량은 약 30만㎾h에 달한다. 투입전력량 대비 생산량은 불과 0.26%, 다시 말해 1㎾h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380배의 전기를 들인 셈이다.
더구나 본격 가동 1년만인 지난해 9월부터는 상근자를 두지 않고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는 등 사실상 방치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7일 폐막된 세계에너지총회 때 이 곳 태양열 관련 기술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전세계에 수출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실제는 단순 현장 방문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에너지총회장을 방문한 지난 16일 이 시스템에서 화재가 발생, 50m 높이 타워 상부의 패널 일부가 불에 타 2,0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타워 상부 집열부만 비춰야 할 지상 반사거울이 기기 오작동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향해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성에너지 측은 이에 대해 "이 시스템은 발전시설이 아닌 연구시설이기 때문에 발전 용량이 문제되지 않으며 앞으로 태양열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의 시행착오"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또 내년에도 국비 지원을 받아 발전용량을 700㎾~1,000㎾급으로 확대, 실증 연구를 이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준공 당시 "국내 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상근자를 두지 않아 '연구 활동'을 계속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태양열발전은 고온에서는 발전이 불가능한 태양광발전과 달리 사막지대에서도 가능해 차세대 발전시스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 외국에서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 들었고, 타워형은 반사판 제어 등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타워형 태양열발전시스템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2월 지식경제부 전략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선정됐다. 대성에너지가 총괄기업을 맡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디아이씨, 맥테크 등 7개 기업ㆍ기관ㆍ대학이 공동 진행했다. 그러나 세금을 포함해 거액을 들이고도 '전기만 먹고 정작 전력 생산은 못하는 골칫덩어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구=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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