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이 투기등급인 계열사 회사채를 팔면서 투자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하게 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 차원을 넘어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사기 판매'영업을 한 구체적 증거가 나왔다.
23일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총 29억원을 투자한 이모(61)씨는 동양사태 발생 직전인 지난달 13일 동양증권 본사 골드센터영업부의 배모 PB(프라이빗 뱅커)로부터 받은 이메일(사진)을 한국일보에 제공했다.
배 PB는 이메일에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ABS(자산유동화증권)발행에 대한 신용보강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이 책임지고 확인했다. 곧 공시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현재현 동양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으로 베트남 방문 도중 급히 귀국을 했다"며 현 회장과 청와대가 친밀한 관계임을 흘려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메일의 핵심 내용은 거짓이었다. 오리온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23일 "동양그룹 지원의사가 없다"고 발표한다. 동양그룹 다섯 개 계열사는 결국 지난달 말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이씨는 "태어날 때부터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딸에게 우리 부부가 죽은 후에도 매달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배 PB가 동양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상품을 가입하며 작성한 '투자성향표'에 '고객님께서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투자원금은 보전되어야 한다'라고 체크한 것도 공개했다.
이씨가 이메일과 유선상으로 거액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해당 직원이 본사 PB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PB는 고액을 보유한 고객을 위해 금융회사가 특화된 교육을 하는 자산운용가로 같은 회사 내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PB가 이런 허위사실을 이메일로 보낼 정도라면 지점의 일반직원들 사이의 불완전 판매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한 금액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한 이씨는 이날 동양증권을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첫 소송이다. 이씨의 투자액 29억원은 개인투자자 가운데 최고액이기도 하다. 이씨는 소장에서 "동양증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며 "동양 계열사의 법정관리 결과를 보고 앞으로 청구금액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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