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중국공산당의 대륙 통치를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마 총통은 22일 우보슝(吳伯雄) 국민당 명예주석 등 제9차 양안(兩岸)경제무역문화포럼 대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통치한 지 이미 64년이 지났다"며 "보여도 보이지 않은 척 할 수도 없고, 이러한 상태를 부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고 대만 왕보(旺報)와 중국 환구망(環球網)이 전했다.
마 총통은 다만 "양안 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도, 국제 관계도 아니다"며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진 않았다. 그는 "중국 대륙은 여전히 헌법 상의 영토로, 이는 변한 게 없다"며 "우리 영토 안에 또 하나의 국가나 정권을 승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친중적 성향을 보여 온 마 총통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0일 건국기념일 행사 당시에도 "양안 인민들은 똑같은 중화민족이며, 양안 관계는 국제 관계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철학과도 사뭇 닮아 있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 총통의 친중적 성향에 대해 대만 내 여론은 크게 갈리고 있다. 옌밍(嚴明) 대만 국방부장은 21일 "최대 위협은 여전히 대륙이며, 양안 관계는 군사 적대 관계"라고 확인했다고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가 보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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