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를 처음 봤던 때가 1961년쯤이었는데 캐번클럽에서 공연하는 300여개 밴드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팀이었어요. 그 매력에 빠져 그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비틀스의 유일한 개인 비서였던 프레다 켈리(68)는 행복한 표정으로 50여년 전의 과거를 회상했다.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켈리는 "내 이야기가 재미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프레다 켈리가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의 상영에 맞춰 서울을 찾았다. 18일 개막한 제10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작으로 비틀스 해산 이후 40여년간 침묵을 지켜 온 그가 네 멤버와의 개인적인 추억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한 것을 담은 영화다. 켈리는 "책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돈벌이를 위해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없어 쓰지 않았다"며 "이 영화는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작은 DVD로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1961년 당시 그는 캐번클럽을 자주 드나들던 평범한 소녀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제안해 그들의 비서로 일하게 됐다. 켈리는 "지원해서 뽑힌 게 아니라 엡스타인이 뽑아줬다는 점이 내겐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네 멤버와 한 동네 이웃이자 친구였고, 네 멤버들의 부모, 여자친구들과도 친했다. 비틀스의 노래에 나오는 '페니 레인'이나 '스트로베리 필스' 같은 장소는 그와 멤버들의 10대 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다.
팬클럽의 매니저로서 켈리는 비틀스와 팬들을 곧바로 이어주는 거의 유일한 끈이었다. 팬클럽 소식지인 '비틀스 먼슬리'를 도맡아 썼던 그는 "팬들이 질투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전해주기도 하고 소식지에 기자들도 모르는 사실을 쓰곤 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난 꼭 필요한 존재였다"고 했다.
프레다 켈리가 비틀스의 네 멤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말 한마디로도 알 수 있었다. "10대 소녀였으니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반했죠. 하지만 상대는 늘 바뀌었어요. 어느 시점에 도달하니 그들 모두 내게 친구이자 오빠가 됐죠. 우린 그냥 함께 자란 10대 소년소녀들이었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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