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제외한 외교 안보의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키신저와 함께 3대 외교 전략가로 불리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10여명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국가안보의 현재 의미' 세미나에 참석했다. 스티븐 헤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헌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대사, 데이비드 로스코프 포린폴리시(FP) 편집장도 나왔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전략과 치국책'이란 평전 출간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는 미국 안보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원로 격인 참석자들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최근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사태로 증폭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위상 변화를 우려하며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낸 주인공은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 초기에 외교를 배웠던 브레진스키였다. 그는 대선 경선 때 외교력 경륜이 부족한 오바마를 적극 지지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래서 오바마 1기 정부 초기 외교가 브레진스키의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바마 2기의 외교는 그에게서 많이 벗어난 듯했다. 그는 오바마가 외교적 지식이 놀라울 만큼 풍부하지만 이를 과감히 실천할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역사적인 평가보다는 당장의 국가이익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라며 업적에 집착하는 오바마를 질타했다. 아울러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균형에 초점을 맞춘 외교를 주문한 뒤, 대통령의 임기가 길지 않은 만큼 집권 초기에 외교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레진스키는 스코크로프트, 키신저와 함께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자로 도덕주의이나 이념을 앞세운 외교의 한계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있다.
공군 장성출신으로 보수적 색채의 스코크로프트는 정치구조가 다른 이란의 핵 문제에 신중히 접근할 것을 요청하면서 '아랍의 봄'으로 입증된 정보기술 발전이 외교 안보에 미칠 변화에 주목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정보기술이 외교 안보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스코크로프트 사단으로 분류되는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민주, 공화 양당의 이익을 떠나 국가이익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최근 위싱턴 정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하락하면서 빚어질 향후 중동의 지정학적 변화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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