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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의 실내악단 오인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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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의 실내악단 오인지음

입력
2013.10.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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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일 야간 근무는 기본이고, 주말을 가족과 제대로 쉬는 판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을 자랑한다. 양적인 압박과 함께 수도 서울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대형 사건을 처리하는 일도 부지기수. 때문에 중앙지법 판사들은 여러 방법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 판사 중 전문성과 숙달의 측면에서 최고의 수준을 요구하는 실내관현악을 통해 삶의 무게를 ‘치유’하고 있는 그룹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현직 법관 5명으로 구성된 ‘오인지음(五人之音)’. 악단을 이끌고 있는 판사는 플루트를 연주하는 민사24부의 임복규(48·연수원 20기) 부장판사다. 민사합의29부의 김효연(34·39기), 민사합의47부의 이혜진(27·41기) 판사가 바이올린을, 형사합의26부의 이재찬(29·38기) 판사가 피아노 연주를 각각 맡아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비록 첼로를 맡았던 황미정(29·40기) 판사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하면서 완벽한 오인 체제는 아니지만, 객원으로 첼로 전공 학생을 섭외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당면 과제는 25일 오후 2시40분으로 예정된 ‘법원에서 예술을 만나다’ 행사의 축하 공연이다. 단원들은 멋진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법원청사 후생관 예식장 한 켠에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악기를 울리려면 저도 같이 울어야 하고 단원 모두가 함께 울어야 한다. 그 속에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도 젊은 친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이 즐거울 따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효연 판사도 “법원의 업무가 심적인 부담이 크지만, 연주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음악이 주는 효과를 전했다. 이혜진 판사 역시 “오인지음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생활에 활력소가 생겼다”며 “기회가 닿으면 외부 활동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하모니가 울릴 ‘법원에서 예술을 만나다’ 행사는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오인지음의 공연 외에도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콘서트와 국립발레단 무용수 초청 발레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 영화 ‘의뢰인’에서 검사 역할을 맡았던 영화배우 박희순씨를 초청해 법조인들과 함께 영화 속 법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으며, 홍익대 미대생 33명이 그린 법정 스케치 그림도 전시할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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