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판부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유족의 합사 취소 소송을 또다시 기각했다. 2011년 1심을 기각한 재판부가 이번에는 기각 취지조차 낭독하지 않고 서둘러 폐정을 선언해 유족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쿄고등법원 재판부는 23일 생존해 있음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김희종(88)씨와, 가족과 친지가 합사된 다른 한국인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9명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사카이 미츠루 재판장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부담으로 한다"고만 하고 결정 취지는 읽지 않아 개정 1분도 안돼 재판이 끝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판결문은 "원고는 신사의 종교적 행위로 감정이 상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지만 타인의 종교 자유에는 관용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기각 취지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김희종씨는 야스쿠니 신사 측이 1959년 살아있는 자신과 가족 등을 합사한 사실을 알고 200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행정 서비스일 뿐"이라는 논리로 기각되자 2007년 2월 야스쿠니 신사를 피고에 추가해 합사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2011년 7월 1심 법원인 도쿄지방법원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의 법정 대리인인 오구치 아키히코 변호사는 "(강제동원된 뒤 야스쿠니에 합사된) 한국인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판결"이라며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절 "일본 국가와 협력해온 야스쿠니 신사의 본질이 추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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