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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명이 스마트농업 이끈다] <1> 글로벌 농업, ICT 융합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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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명이 스마트농업 이끈다] <1> 글로벌 농업, ICT 융합으로 진화

입력
2013.10.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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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2,000에이커(약 244만평) 농장에 밀과 콩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농기계에 '정밀농업'장치를 장착한 이후 수확량이 10% 이상 늘었는데도 농기구 연료비나 비료 사용량은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웰링턴의 농장주 트로이 시워드씨의 체험담인데, 여기서 말하는 정밀농업 장치란 미국 위치정보업체 트림블(Trimble)사의 제품이다. 농업생산력 향상을 위해 위치정보업체의 첨단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는 선진농업 현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네덜란드에 대해 "이 나라 농업은 95%가 과학 기술"감탄한 바 있다. 바로 그 나라의 중소 벤처기업 스파크드(Sparked)사는 최근 젖소 귀에 생체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농장에서 키우는 수 백 마리 젖소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제 농장주들은 가축들의 전염병 감염이나 임신 여부를 이전보다 훨씬 빨리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ICT) 기술이 지구촌 전역에서 21세기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시간, 장소, 산업의 장벽을 극복한 이른바 '스마트 농업'이 각국의 농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 농업의 대두는 범 지구적 현상이지만,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스마트농업 이전에도 미국 농부들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집단이었다. 그러나 ICT 기술의 도움으로 최근 2, 3년간 1960년대의 녹색혁명과 맞먹을 정도로 생산성 향상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정밀농업'의 힘인데,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일본 도요타가 '무재고(無在庫) 생산 시스템'으로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것에 비교할 정도다.

'정밀농업'의 핵심은 토질, 온도, 위치정보 등 경작에 중요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종합ㆍ제어하는 ICT기술이다. 농민들이 눈대중으로 일할 때는 같은 구역을 중복 경작하거나, 경작지 구석구석의 비옥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비료를 주는 등 낭비가 심했으나 이젠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비료를 뿌릴 수 있다.

정밀농업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본격 도입된 지 3년 만에 미국 아이오와 농가의 생산성을 ㏊당 15~17달러나 높였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정밀농업을 채택한 농가 비율이 올해 40%를 넘어섰고, 관련 솔루션을 개발한 트림블사의 주가는 2009년 6.2달러에서 최근 30달러로 5배나 상승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유기 농산물이 주로 거래되는 '로컬 푸드'시장이 ICT 융합의 최대 수혜자다. '스마트 푸드', '팜 프로그레스' 등 유기 농산물 구매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되면서, 2010년 이후 관련 수요가 매년 12%씩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제2의 녹색혁명'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ICT융합 흐름에 맞춰 농업 정책을 일신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 버지니아 주정부가 농산물 쇼핑 사이트(www.luluslocalfood.com)를 직접 운영하며 지역 레스토랑과 병원, 대학 등이 버지니아산 농작물을 구매토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버지니아주 산하 페어팩스(Fairfax) 카운티도 인터넷으로 관내 11개 농부시장(Farmers Market) 적극 홍보하고 있다. 16일 페어팩스 옥턴(Oakton)시의 오크마(Oak Marr)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열린 농부시장에는 스마트폰으로 장이 서는 걸 알고 주(州) 경계를 넘어 온 메릴랜드와 워싱턴시 주민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날 판매에 나선 9개 농장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린 쿤(Kuhn) 과수원 관계자는 "ICT 기술이 농산물 마케팅과 접목된 뒤, 판매량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농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한 일본에서는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식물공장이 출현했다. 미야자키 태양농원, 큐피드페어, 야채공방, 페어리엔젤 등의 업체가 선두주자로 LED조명과 첨단 온도ㆍ습도조절 센서를 통해 외부 오염원과 차단된 상태에서 각종 채소를 길러낸다. 채소 가격이 노지 작물보다 2~3배 비싼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규모 초기 투자에도 불구, 미야자키 태양농원의 경우 지난해 1억2,000만엔(약 13억원)의 흑자를 냈다. 일본에서는 식물공장 작물에 대한 수요가 2015년 310억엔(3,500억원), 2020년에는 640억엔(7,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부문에서는 회전초밥 전문점인 '스시로'의 시도가 눈에 띈다. 접시에 ICT칩을 부착해 언제, 어디서, 무엇이 판매됐는지에 대한 10억건 이상의 정보를 축적했는데, 이를 토대로 초밥 신선도를 최고 상태로 유지하는 재료 구매시기와 양을 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덴마크 이스라엘의 농부들도 ICT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온실 내부에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설치, 시설 작물에 최적의 생육조건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이미 상용화됐다. 이스라엘 농부들은 수분이 부족하면 포도 잎 두께가 얇아지는 원리를 이용, 자동센서로 최적의 수분공급 시스템을 갖춰 포도 수확량을 40%까지 높였다.

중국에서도 베이징시 농림과학원?인력 투입량을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고품질 딸기를 재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농지 부족과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법을 ICT기술과의 융합에서 찾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ICT기술을 매개로 제조업(2차 산업)ㆍ서비스업(3차 산업)과 융합, 농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게 21세기 한국 농업의 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5년간 2,249억원을 투입, ICT와 융합된 농업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옥턴=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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