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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트라우마 깨고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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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트라우마 깨고 세상 밖으로"

입력
2013.10.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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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2만 건 이상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아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한 반복되는 성폭력을 막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보다 어두운 그늘로 숨는 일이 흔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존자 네트워크 이후'(이하 이후)라는 모임을 결성,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임을 만든 너울(38ㆍ필명)씨는 23일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가해자의 논리만 판치는 현실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면서 "그 피해경험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온 사회가 지지를 보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이 꾸려진 것은 지난 5월. 너울씨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담은 수기집 출간이 계기였다. 책의 읽고 같은 아픔을 공유한 피해 여성들이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는 "우리끼리 상처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숨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후에는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20명이 가입해 있다. 친분이 있던 사이부터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까지, 아동 성폭력ㆍ친족 성폭력 등 다양한 피해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합류했다. 각자 아픔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금새 유대가 형성됐다.

이후 활동의 주축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다. 6개월 동안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각자의 경험을 말하고 기록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잊고 싶은 기억을 굳이 밖으로 드러내려 안간힘 쓰는 것은 상처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너울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회원들이 불면증, 섭식장애, 우울증 등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했다"면서 "만남이 쌓이면서 서서히 호전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성폭행 피해를 당했던 4월이 되면 아무 내과적 이상 없이 통증에 시달리던 너울씨도 자신의 경험에 대해 조금은 담담하게 글을 쓰고 말을 하게 되면서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 회원들은 "말할 수 있게 들어주는 것, 말할 수 있게 지지해주는 것,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구술이나 수기를 책으로 펴내는 '기록화 사업'을 병행,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후는 앞으로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가죽 공예, 요가 외에 공개 강좌를 늘리고 피해 상담이나 관련 재판 동행 등 연대와 지지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내년 초 비정부기구(NGO) 등록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후 후원자가 되고 싶은 이들은 인터넷 카페(cafe.daum.net/e-hoo)를 통해 마음을 나누면 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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